사학연금, 올해 안전자산 비중 확대한다

더벨 김용관 기자, 김참 기자 2009.01.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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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연기금 운용전략]①채권 통해 수익률 8% 목표

편집자주 연기금과 공제회는 증시의 큰손이다.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을 굴리는 이들의 조그마한 움직임이 증시의 큰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증시 참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경색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투자를 늘린 기관투자자 역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이들의 올해 전략은 다소 보수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의 올해 자산배분전략 및 운용전략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01월06일(09: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0조원의 자금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이윤규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53)을 만났다.



지난해 4월 사학연금의 신임 운용사령탑으로 취임한 이 단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생각지도 않은 역풍에 곤욕을 치뤘다. 취임 첫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계 주식 시장이 갑자기 무너진 상황에서 투자업계에서 수십년간 잔뼈가 굵은 그도 손쓸 도리가 없었을 터.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했다. 상황을 반전시킬 비장의 카드가 궁금했다.



이 단장은 "올해는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5~6월께로 예상되는 주식시장의 유동성 랠리를 주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수익률 8%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 일답.

-2007년에 10% 이상 수익을 냈다. 지난해 운용 성적은.


▶주식 투자는 벤치마크인 코스피와 비슷하게 손실을 입은 것 같다. 재무적투자(FI)의 경우 자금회수(EXIT)가 완료돼야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최근 금리 하락으로 채권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부진한 주식 운용실적을 채권이 만회하면서 연간으로 3% 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은 12월들어 7.6%대의 수익률을 올렸다. 올해 목표수익률이 8.6%인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는 10% 가량 손실을 본 셈이다.



사학연금 뿐 아니라 어느 연기금이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인해 캘퍼스, 하버드, 예일 등의 기금들은 -30% 정도 손실을 입었다.

자금을 운용하면서 가장 신경쓰는게 수익률과 안정성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포기해야 하고, 안정성을 위해서는 수익률을 포기해야 한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연금의 속성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바람에 수익성은 물론이고 안정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특히 주식 투자의 경우 손절 시기를 놓칠만큼 급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자산배분을 어떻게 했나.

▶연금의 총 자산은 10조원쯤 된다. 매년 2000억원의 자금이 사립 교직원 급여를 통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금융자산 투자금액은 약 6조4000억원 정도다. 채권 부문에 약 60% 배분했고, 주식에 20% 정도 투자했다. 대체투자 비중도 15% 정도 된다. 해외투자는 채권 5000억원, 주식 2000억원 정도 된다. 연초 해외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갔지만 시장이 악화되면서 비중을 낮췄다.



-수익률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그렇다면 올해 목표수익률은.

▶8%를 목표로 하고 있다. 채권 쪽에서 수익을 내면서 주식 랠리를 기다릴 것이다.

-올해 자산배분 계획은 어떻게 세웠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 장기적으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릴 방침이지만 당장 올해는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채권 시장이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채권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채권수익률을 8%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이정도면 다른 곳에 투자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의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랠리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기는 5월이나 6월쯤으로 보고 있는데, 유동성 장세가 오는 시기에 맞춰 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더라도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해 코스피는 1400~1500선 정도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반전의 계기는 사회간접투자(SOC) 등 공공부분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를 확대한다고 했다. 사학연금의 계획은.



▶연초 8000억원(전체 금액 중 비중 12.1%) 가량을 투자했는데 11월 기준으로 1조원(15.8%) 정도로 확대했다. 주목할 만한 투자 사례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1200억원), 신공항철도(2000억원) 등이 있다. 30년 장기 투자용이다. 현재 9~10% 가량 안정적인 이자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SOC 등의 경우 투자할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만한 딜도 없다. 대한생명 매각건이 시장에 돌고 있지만 투자 매력이 적어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 10여개 펀드에 약 3000억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

-자금 위탁운용을 많이 하고 있다. 올해 계획은.



▶자문사를 포함해서 약 40여곳에 자금을 위탁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물론 대체투자, 해외투자, 부동산투자까지 모두 위탁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탁사를 선정할 것이다. 기본적인 선정 기준은 수익률이다. 벤치마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자금을 회수한다.

매년 1월, 7월 두번 선정한다. 총 위탁금액은 2조원으로, 운용사별로 약 500억원 가량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주식 부문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손실이 너무 많이 나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운용 결정 프로세스는.



▶자금운용관리단에서 대체투자, 부동산, 유가증권 등 모든 것을 투자한다. 채권이나 주식의 리스크관리는 투자심의회 리스크관리실에서 책임지고 있다.

-미국 메도프펀드 사기사건에 사학연금이 관련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학연금이 직접 투자한게 아니다. 위탁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에서 투자한 것이 와전된 것이다. 이들이 메도프펀드에 물린 124억원 회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투자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들을 상대로 소송 등도 고려할 것이다.





이 단장은 1982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후 애널리스트와 주식·채권운용을 맡은 1세대 펀드매니저로 후배들에게 '군기 반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당시 그와 같이 일했던 후배 펀드매니저들로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등이 있다. 그는 2006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로 준프로급 마라토너다. 그는 마라톤처럼 원칙을 지킨 꾸준한 투자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펀드매니저 1세대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지켜온 투자 철학은.

▶정도·현장 운용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이것 외에 방법은 없다.

<이윤규 단장 약력>



-마포고등학교(75)
-중앙대학교 경제학과(82)
-한국투자신탁(82~05)
-한국투자증권(05~06)
-동부자산운용 부사장(06)
-메가마이다스투자자문 대표(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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