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장 향해 '질서 유지' 강력 촉구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 발동에 그칠게 아니라 전광석화처럼 질서를 유지해 달라"

2008년 마지막 날인 31일 한나라당은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두고 대오를 정비했다. 마치 결전을 앞둔 전장의 장수들 같았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향해 질서유지권 발동을 비롯한 보다 직접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이제 길도 막히고 또 새로운 길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간"이라며 "우리가 어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더라도 국회의장의 절대적인 협조 없이는 한걸음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질서유지권이 발동됐다고 하는데 저 넒은 의사당을 점령하고 있는 폭군 의원들은 한 사람도 질서유지의 대상이 안 되고 있다"며 "우리가 회의장을 확보하더라도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상정을 안 해주면 아무것도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고 의장을 압박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대한민국 권력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군현 의원은 "의장은 말만하지 말고 행동이 필요할 땐 행동해야 한다"며 "직접 나와서 전두지휘를 해 경위가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려고 하는데도 나가지 않는 모습을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기톱을 가지고 (민주당 의원들의) 쇠사슬을 끊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와 물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전장의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 법인데 집무실이 점거됐다고 부산과 서울, 여의도 외곽으로 빙빙 도는 모습은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고 비난한 뒤 "지금 즉시 국회로 돌아와 의장 집무실 점거사태와 폭력 사태 등을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원들도 동참했다. 신지호 의원은 "김 의장이 정당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불법 폭력적인 사태부터 먼저 정리하라는 역제안을 하겠다"고 했고, 진수희 의원은 "총체적 위기이자 총체적 난국 해결의 키는 김 의장이 갖고 있다"며 "질서유지권 발동에 그칠게 아니라 전광석화처럼 질서를 유하고 의사당을 정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진 의원은 "그것이 의장이 해야 할 권한이자 피할 수 없는 책무"라며 "당장 있을지 모르는 야당이나 좌파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고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의사당을 시급히 정리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원총회를 시작하기에 홍 원내대표는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좀 도와달라" 는 등의 당부도 함께 했다.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많은 의원들은 지난번 예산안을 통과시키던 때처럼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