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C&중공업 발빼기..은행들 "분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12.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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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가 30일 C&중공업 (0원 %)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밝힌 가운데 은행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리츠화재는 "신규자금 지원 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함께 부담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모든 부담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게 은행들의 시각이다.

메리츠화재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채권단은 채권유형별로 C&중공업에 대한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이후에 혹시 워크아웃이 무산된다면 순채권 비율에 따라 지원한 자금을 나눈다는 것이다.



◇메리츠, C&중공업 지원 사실상 전무해

이에 따르면, 채권단은 우선 대출채권·대출보증금·RG보증 등 보유한 채권의 성격에 따라 자금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C&중공업이 요청한 자금은 긴급운영에 필요한 150억원과 조선설비 정상가동을 위한 1450억원, 선수금환급보증(RG) 8억7500만달러 등이다. 시설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건 전적으로 은행의 몫이고, 메리츠는 RG에 대한 보증만 서면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RG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이 투입되면 사실상 워크아웃이 완료된다는 점. RG 역시 은행들이 RG를 발급하고 여기에 메리츠가 보증만 서는 구조라서 자금부담은 없는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C&중공업에게 중요한 건 선박공정이 아니라 신규자금을 받아 제조설비를 확충하는 것"이라며 "은행들의 지원으로 설비확충이 끝난다면 굳이 메리츠화재가 RG를 지원할 필요도 없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최대채권기관인 메리츠가 워크아웃 무산시 져야할 책임에서도 배제된다는 점.


메리츠화재는 "(워크아웃이 무산된 경우) 신용공여된 금액에 대해서는 순채권비율로 재계산해 정산한다"면서 "순채권은 채권금융기관이 실제로 부담하게 될 금액"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메리츠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비율은 전체의 51%. 그러나 순채권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은행들과 비율이 역전된다. 메리츠는 C&중공업 RG와 관련해서 재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관련 피해액이 200억원에 불과하다. 워크아웃이 실패할 경우 사실상 책임은 메리츠화재가 아닌 은행들에게 몰린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일단 채권단 회의에서 공식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나, 동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자금지원에서 실기해 워크아웃을 무산하는 것보다, 일단 기업을 살리는 게 좋다"며 "메리츠의 조건은 나머지 채권금융기관들에 부담이 커서 받아들여질까 의문"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교통정리 필요성도



채권단 일각에선 메리츠화재가 보안을 유지해야할 협약내용을 공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최대채권기관이 져야할 책임을 사전에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발표내용도 새로운 게 아니다. 예컨대 대출채권 유형별로 자금을 지원하자는 얘기는 이달 중순 채권단 회의에 상정됐다가 부결됐다. 채권금융기관 자금분담도 이미 논의됐으나 현실성이 없어서 수면 밑으로 내려간 갔다는 전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C&중공업은 조선업계 첫 워크아웃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 뿐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며 "보안을 유지해야할 자료를 공개한 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리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의견조율 뿐 아니라 금융권의 특성에 맞는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다.

예로써 은행들은 워크아웃이 확정되기 전에 지원된 자금에 대해선 49%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수익축소와 재무건전성 악화에 목탄 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런 대목이라서 당국의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전언이다. 보험권 역시 내년 업황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긴축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 C&중공업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 경우, 앞으로 예정된 건설,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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