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마법, 전시업계 불황도 녹여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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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형전시회' 코엑스에서 1월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2008서울인형전시회에서 26일 모녀 관람객이 인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김성휘 기자▲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2008서울인형전시회에서 26일 모녀 관람객이 인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김성휘 기자


공연의 달 12월 예매사이트 티켓링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2008서울인형전시회`가 전시 부문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매율도 줄곧 40%를 넘어서고 있다.

'서양미술거장전 렘브란트를 만나다'(예매율 3위),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6위)과 같은 대형 전시회와 성격이 다르고 전시 기간도 제각각이라 단순 비교하긴 무리지만, 조그맣고 연약해 보이는 인형이 세계의 거장 램브란트와 루벤스를 제친 것을 놓고 공연·전시업계에선 특이한 현상이라 보고 있다.



머니투데이와 MTN 주최로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2008서울인형전시회(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시작돼 26일까지 2만명 넘는 관람객이 전시회를 다녀갔다.

각급 학교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관람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불황과 겨울 한파가 동시에 몰아쳐 문화·전시 업계가 꽁꽁 얼어붙은 12월, 유독 서울인형전에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아이들은 체험, 연인들은 찰칵=서울인형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볼거리가 풍성하다고 얘기한다. 전시된 인형은 국내 최대 규모인 1만여점. 참여 작가가 30개 단체 소속 총 270명에 이른다.

종류도 다양하다. 테디베어를 비롯, 관절부분에 원형(구체) 부품을 넣어 움직일 수 있게 한 구체관절인형, 만화·영화·게임 속 주인공을 재현한 피규어, 도자기로 구운 비스크돌, 미니어처 집인 돌하우스 등이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사진 위)과 이를 패러디한 인형 작품ⓒ사진=김성휘 기자▲신윤복의 '월하정인'(사진 위)과 이를 패러디한 인형 작품ⓒ사진=김성휘 기자
관람객 정구연씨(38)는 "인형이라고 해서 별 것 있겠나 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 몰랐다"며 "아이들 못지않게 즐겁게 구경했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이 까다로운 다른 전시회와 달리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 사용이 자유로워 일반인뿐 아니라 사진 동호인과 사진학과 학생들도 인형전을 많이 찾았다.
 
전시장 한 켠에서 매일 3차례씩 열리는 인형극과 코스프레 패션쇼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코스프레는 '코스튬플레이'의 줄인말로 만화.게임 속 주인공의 의상을 만들어 입는 것이다.

지난 25일 인형극이 열린 무대 앞 객석은 매 공연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때문에 1600평에 이르는 넓은 전시장은 언제나 후끈한 열기로 달아오른다. 어린이들은 테디베어 모양의 테디쿠키 만들기 등 체험공간에 몰렸다. 연인들은 다양한 인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원명희 한국테디베어협회장은 "기존 테디베어 전시회는 보는 것 위주였지만 이번엔 직접 만질 수도 있게 하는 등 재미있는 전시를 위해 애를 썼다"고 밝혔다.

◇불황기 '추억'으로 위안 삼는다= 그저 볼거리가 많다는 것만으론 인형전의 인기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불황이라는 여건이 오히려 인형전에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불황일수록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대개 잊고 지내는 인형에 얽힌 어릴 적 추억을 이번 서울인형전이 끄집어냈다는 분석이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기억을 사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영화 맘마미아 속 주인공들을 표현한 헝겊인형 작품ⓒ사진=김성휘 기자▲영화 맘마미아 속 주인공들을 표현한 헝겊인형 작품ⓒ사진=김성휘 기자
자녀를 위해 좋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걸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신세대 부모의 욕구를 자극했다는 점이 이번 전시회의 두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이른바 '키티맘'(kitty mom)을 끌어 모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키티맘은 자신들이 어릴 때 '키티'라는 캐릭터 상품을 소비했던 세대다. 이들은 자기표현이 강하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며 생필품은 검소하게 사되 자녀를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 인형전 관람객의 상당수가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이다.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인형전을 관람한 김미라씨(33)는 "아이가 2살이라 아직 어리지만 되도록 많은 걸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태교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것고 마찬가지 심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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