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센터 '투트랙 전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2008.12.25 20:32
글자크기

VVIP 조직해제·비용삭감.. 5억미만 고객 영업강화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삭풍이 거세다. PB들이 고객에게 판매한 펀드가 대거 손실을 입은 탓에 고객기반이 사라진 탓이다. 은행들은 최소 2~3년간 사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비용감축, 조직개편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PB센터의 문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웰스매니지먼트(WM) 조직을 분리,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에 이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웰스매니지먼트는 위탁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영업조직으로, 하나은행의 PB조직 가운데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하나은행은 일반 PB센터는 계속 유지하되, VVIP영업을 전담하는 웰스메니지먼트 등은 하나대투증권의 자산관리 부문과 합쳐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는 PB영업의 중단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자산규모 5억원 미만의 고객들을 새로운 공략대상으로 선정하고, 신규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최고 강점은 PB인데 그 색깔과 강점이 대거 사라졌다는 위기의식을 대부분 느끼고 있다"며 "VVIP를 대상으로 하는 웰스매니지먼트는 축소하되 일반 VIP급 고객영업은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들도 PB센터에 대한 비용지출은 과감히 줄이되 잠재적인 영업능력은 꾸준히 확충한다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PB영업점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유명 미술가들의 그림이나 조각 등을 전시해왔는데, 내년에는 이를 3분의 1정도로 줄이는 등 비용감축을 서두르고 있다. 30여 PB센터에 지원된 미술품 전시비용은 연간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나, 이마저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대신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때를 노려 예비 PB인력에 대한 교육은 꾸준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역시 '비용-수익'의 불균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으나, PB서비스 대상고객 기준을 낮춰 서비스 역량만큼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고객들만 PB서비스 대상으로 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1억원 이상으로 조정해 잠재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PB들은 은행권의 이같은 전략수정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PB센터 관계자는 "금융권의 고객자산 종합관리 서비스화라는 흐름을 타고 각광받던 은행PB들의 시대는 이미 끝난 듯하다"며 "대부분 PB들이 펀드손실을 입은 고객들의 항의와 격무에 지쳐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쉶궗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