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추락에도 제넨텍·암젠 '꿋꿋'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2.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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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항체신약이다]<9>바이오기업과 글로벌위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동반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0월 이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만831선에서 8579선까지 20.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제넨텍은 86.50달러에서 83.75달러로 약 3% 떨어졌다. 암젠은 59.18달러에서 57.83달러로 약 2% 내렸다. 길리어드는 45.30달러에서 49.65달러로 오히려 9.6% 올랐다.



같은 기간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존슨과 화이자는 각각 13.2%와 8.6% 내렸다.

다국적 제약사를 포함한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킨 것이다.



시가총액은 제넨텍이 881억700만 달러(지난 19일 기준), 암젠이 612억7200만 달러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100조원에 근접한다. 국내 삼성전자 시가총액(69조7400억원) 보다 높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962억3000만달러)와 사노피아벤티스(867억1800만달러)와 비슷하다. 존슨앤존슨(1632억5500만달러)이나 화이자(1166억5200만달러) 보다는 낮다.

대형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다국적 제약사와 뚜렷한 대조를 보인 배경에는 파이프라인(개발중인 신약후보물질군)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합성신약이 주력인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해 바이오의약품은 '한창 커가고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제넨텍은 미국 바이오벤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76년 메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 로버트 스완슨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출신 유전공학자 허버트 보이어가 공동 설립했다.


이들은 'DNA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며 1960년대 반도체·컴퓨터 산업에 벤처 자금이 몰리며 거뒀던 성공을 재연해냈다.

1982년 일라이릴리의 투자를 받아 세계 최초의 바이오의약품인 인간 인슐린 상품화에 성공했고 1985년에는 인간성장호르몬을 만들어낸 2번째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항암 항체치료제 '리툭산', '허셉틴', 천식치료제 '졸레어' 등 10여개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7억2400만 달러와 47억6800만 달러. 연간 매출액의 20~25%를 바이오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연구개발(R&D) 중심 바이오기업이다.

제넨텍이 투자자들의 기억에 각인된 것은 1980년 10월 증시에 상장하면서다. 당시 35달러에서 시작한 제넨텍 주가는 89달러까지 급등하며 이목을 끌었다. 제넨텍의 기업공개(IPO) 성공은 이후 다른 바이오벤처가 너도나도 증시에 상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많은 바이오벤처가 성공을 꿈꾸며 제넨텍의 뒤를 따르고 있다. 작은 벤처로 시작해 다국적 제약사 등에서 투자받고 기업공개에 성공하며 자본을 축적한다. 이렇게 모은 자금을 '시드머니'로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게 제넨텍의 사업모델이다.



제넨텍보다 4년 늦은 1980년 설립된 암젠은 한때 최고가의 절반까지 주가가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컴퓨터 등 바이오테크에 대한 투자열기가 막 사그라질 무렵인 1983년 증시에 상장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암젠의 침체기는 1986년 빈혈치료제 '이포젠' 임상 3상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포젠'과 백혈구 생성촉진제 '뉴포젠' 등이 대박을 터트리며 현재는 매출액 147억7100만 달러에 영업이익 60억7000만 달러를 올린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제품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나 암환자의 빈혈치료제나 감염방지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쓰이는 영역이 매우 넓다. 덕분에 암젠은 단 2개의 제품으로 세계 2위 바이오 기업에 올라서며 다른 바이오벤처의 '꿈의 모델'이 됐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기대는 주가수익비율 배수(PER)에서도 나타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평균 PER는 지난 8일 기준 11.08배, 제넨텍은 21.31배다. 제넨텍의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무려 92.4%의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암젠의 PER는 12.36배로 역시 시장평균보다 높다.

반면 화이자는 6.95배로 시장 평균보다 37% 낮다. 사노피아벤티스는 8.26배, 존슨앤존슨은 12.65배로 다국적 제약사 중 가장 높았는데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높은 기대는 비단 파이프라인이 튼튼하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의 수익성은 화학합성의약품 보다 훨씬 높다. 암젠과 제넨텍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약 41%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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