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유진증권 인수 사실상 포기

임상연 기자, 정영일 기자 2008.12.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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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가 유진투자증권 (4,820원 ▲35 +0.73%) 인수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미국발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만큼 신규 투자보다는 자본확충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19일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유진증권 인수와 관련, "자금력은 있지만 투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반대의사가 많았고, 현재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이사회에서도 관련 안건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시중은행들에게 BIS비율과 기본자기자본(Tier1)비율을 각각 12%, 9% 이상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약 11조원을 조달해야 한다.

“돈이 있어도 투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특히 유진증권 본입찰 마감(16일)이 이틀이나 지난 시점에서도 이사회 논의가 없었던 점은 사실상 인수 중단을 의미한다.



또 다른 KB금융 관계자도 “애초부터 ‘꼭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였다. 자본확충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유진증권 인수 작업이 중단됐음을 시사했다.

KB금융의 유진증권 인수중단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처음부터 내부 반대가 많았던 데다 증시폭락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증권사 부실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 KB금융은 당초 계획됐던 실사 일정도 다 채우지 않고 실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미국발 경기침체로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외형 확대보단 내실 다지기가 더 시급한 상황이 됐다. KB은행이 최근 30대 직원들까지 포함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편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B금융이 중단함에 따라 유진투자증권 인수전은 이트레이드 (4,590원 ▲40 +0.88%)증권과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웅진캐피탈의 르네상스 PEF(사모주식펀드)간 2파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예상 인수가격은 유진그룹의 유진증권 인수가격(약 1800억원)보다 낮은 1300억원(PBR 1미만) 정도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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