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가 어딘데….' 금리에 따라 주거래은행은 물론 타 금융권으로도 서슴없이 자금이 몰려다니는 바람에 금리 노매드(Nomadㆍ유목민)라는 신조어가 탄생되기도 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저축은행의 특판예금이 차지했다.
"아침 일찍 오시는 게 좋아요. 오후에 가면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수 있습니다."
상담원은 "심지어 은행 업무시간이 지난 뒤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며 예금 가입을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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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금리 8.6%'. 이것이 W저축은행의 창구를 연일 북새통을 이루게 만든 비결이다.
현재 대영ㆍ신민ㆍ삼화ㆍWㆍ서울저축은행 등이 연 8.6%의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계좌 신규 가입 시에는 0.1%포인트의 추가 금리 우대 혜택도 있다.
최근 W저축은행에는 하루 30억~40억원 이상이 새롭게 예치되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에 이같이 돈이 몰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W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 8.7%라는 은행권 최고 수준 금리 덕에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 빼고, 에너지 줄이고 "금리는 높이자"
최근 수년간 적립식펀드 열풍에 뒷전으로 밀렸던 은행 적금도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로 6%가 넘는 고금리가 무기. 여기에 '+ &'를 더했다. 바로 "건강과 에너지를 지키자"는 테마다.
대표적인 상품이 하나은행의 ‘S-라인 적금’. 20~30대 젊은층의 큰 지지를 받아 판매 36일 만에 10만계좌를 돌파했다.
이 상품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최고 연 6.3%의 고금리에다 가입 후 1년 내에 얼마나 체중을 감량했는지에 따라 우대 금리(체중의 5% 이상 감량 시 0.5%, 3% 이상 감량 시 0.3%)가 지급된다는 점. 이 때문에 동반 가입 고객도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혼자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함께 해야 효과가 높다고 생각해 친구를 소개하거나 함께 가입하는 경우가 65%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현재 겨울철 스포츠로 인한 골절상 발생 시 무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S- 라인 적금-윈터시즌’으로 리뉴얼돼 판매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히트 상품인 '희망愛너지적금'의 테마는 에너지 절약이다.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조명등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여름철·겨울철 적정실내온도 유지 등 일상생활의 에너지절약을 몸소 실천하자는 '에너지사랑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최고금리는 3년제 연 6.3%. 김국환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에너지절약을 실천해 국민에게 용기를 주자는 의미에서 내놓았다"며 "9월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16만여계좌가 개설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그간 은행 예금은 고액을 예치해야만 높은 금리의 혜택을 듬뿍 안겨줘 '소액에는 박하다'는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들어 '고액 = 고금리'의 공식은 깨졌다. 적은 쌈짓돈도 우대해주는 풍조가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기업은행은 소액예금 우대 통장인 '서민섬김통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통장은 예·적금에 단 1만원을 넣어도 최고 연 6.2% 파격금리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보통 최저가입 금액을 두기 마련이지만, 이 통장은 거꾸로 상한선을 채택했다. 거액 자산가의 역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예금은 1인당 3000만원, 적금은 월 50만원 이상은 넣을 수 없도록 했다.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은 돈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면서도 최고 연 5.1%의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최소 가입 금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얼마라도 입금하면 한달 이후부터는 연 5.1%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스타트 통장' 역시 소액 우대 통장으로 지난 1월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83만계좌 이상이 개설된 대표적인 빅 히트 상품이다. 기본 이율은 0.1%로 일반 수시 입출식 예금과 같지만, 통장의 잔액이 100만원이 될 때까지는 4%의 이자를 준다는 것이 인기 비결. 통장 잔고가 평균 몇십만원대 불과한 사회 초년생들의 호응이 컸다.
한편 '적립식펀드를 대체한다'는 정기예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에서 지난달 출시한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은 1개월여 만에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고, 정기예금인데도 횟수 제한 없이 추가입금이 가능해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 이체해 적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2월12일 기준으로 가입기간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은 6.73%, 2년 이상 3년 미만과 3년 이상은 각각 6.86%와 6.87%의 금리를 각각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은 적립식이면서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적립식펀드를 가입해 손실을 본 고객이나 펀드를 환매해 신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큰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