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고금리로 문전성시…예적금 부활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12.2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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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2008년 재테크 킹/ ③예금

2008년 은행권 히트 상품의 키워드는 단연 '금리'다. 지난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일으킨 금리 열풍에 자금이 우수수 빠져나가는 아픔을 맛봤던 은행권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이다.
저축銀 고금리로 문전성시…예적금 부활


여기에 시장이 요동치면서 금리의 오르내림마저 커져 소비자들의 금리 민감도가 한층 높아졌다.

'0.1%가 어딘데….' 금리에 따라 주거래은행은 물론 타 금융권으로도 서슴없이 자금이 몰려다니는 바람에 금리 노매드(Nomadㆍ유목민)라는 신조어가 탄생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영예의 금리 킹(King)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저축은행의 특판예금이 차지했다.



# 12월18일 1시 20분. W저축은행(구 영풍저축은행)의 창구는 점심시간이 이미 지난 시간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기자만 약 50명에 이른다.

"아침 일찍 오시는 게 좋아요. 오후에 가면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수 있습니다."

상담원은 "심지어 은행 업무시간이 지난 뒤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며 예금 가입을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금리 8.6%'. 이것이 W저축은행의 창구를 연일 북새통을 이루게 만든 비결이다.

현재 대영ㆍ신민ㆍ삼화ㆍWㆍ서울저축은행 등이 연 8.6%의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계좌 신규 가입 시에는 0.1%포인트의 추가 금리 우대 혜택도 있다.



최근 W저축은행에는 하루 30억~40억원 이상이 새롭게 예치되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에 이같이 돈이 몰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W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 8.7%라는 은행권 최고 수준 금리 덕에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 빼고, 에너지 줄이고 "금리는 높이자"



최근 수년간 적립식펀드 열풍에 뒷전으로 밀렸던 은행 적금도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로 6%가 넘는 고금리가 무기. 여기에 '+ &'를 더했다. 바로 "건강과 에너지를 지키자"는 테마다.

대표적인 상품이 하나은행의 ‘S-라인 적금’. 20~30대 젊은층의 큰 지지를 받아 판매 36일 만에 10만계좌를 돌파했다.

이 상품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최고 연 6.3%의 고금리에다 가입 후 1년 내에 얼마나 체중을 감량했는지에 따라 우대 금리(체중의 5% 이상 감량 시 0.5%, 3% 이상 감량 시 0.3%)가 지급된다는 점. 이 때문에 동반 가입 고객도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혼자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함께 해야 효과가 높다고 생각해 친구를 소개하거나 함께 가입하는 경우가 65%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현재 겨울철 스포츠로 인한 골절상 발생 시 무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S- 라인 적금-윈터시즌’으로 리뉴얼돼 판매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히트 상품인 '희망愛너지적금'의 테마는 에너지 절약이다.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조명등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여름철·겨울철 적정실내온도 유지 등 일상생활의 에너지절약을 몸소 실천하자는 '에너지사랑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최고금리는 3년제 연 6.3%. 김국환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에너지절약을 실천해 국민에게 용기를 주자는 의미에서 내놓았다"며 "9월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16만여계좌가 개설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銀 고금리로 문전성시…예적금 부활
◆"작은 돈도 크게 키워드려요"

'발상의 전환'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그간 은행 예금은 고액을 예치해야만 높은 금리의 혜택을 듬뿍 안겨줘 '소액에는 박하다'는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들어 '고액 = 고금리'의 공식은 깨졌다. 적은 쌈짓돈도 우대해주는 풍조가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기업은행은 소액예금 우대 통장인 '서민섬김통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통장은 예·적금에 단 1만원을 넣어도 최고 연 6.2% 파격금리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보통 최저가입 금액을 두기 마련이지만, 이 통장은 거꾸로 상한선을 채택했다. 거액 자산가의 역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예금은 1인당 3000만원, 적금은 월 50만원 이상은 넣을 수 없도록 했다.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은 돈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면서도 최고 연 5.1%의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최소 가입 금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얼마라도 입금하면 한달 이후부터는 연 5.1%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스타트 통장' 역시 소액 우대 통장으로 지난 1월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83만계좌 이상이 개설된 대표적인 빅 히트 상품이다. 기본 이율은 0.1%로 일반 수시 입출식 예금과 같지만, 통장의 잔액이 100만원이 될 때까지는 4%의 이자를 준다는 것이 인기 비결. 통장 잔고가 평균 몇십만원대 불과한 사회 초년생들의 호응이 컸다.

한편 '적립식펀드를 대체한다'는 정기예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에서 지난달 출시한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은 1개월여 만에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고, 정기예금인데도 횟수 제한 없이 추가입금이 가능해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 이체해 적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2월12일 기준으로 가입기간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은 6.73%, 2년 이상 3년 미만과 3년 이상은 각각 6.86%와 6.87%의 금리를 각각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은 적립식이면서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적립식펀드를 가입해 손실을 본 고객이나 펀드를 환매해 신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큰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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