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오후 3시쯤 정부가 '퇴출'보다 '기업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였던 금감원 기자실은 2시간30분 뒤 한순간 술렁거렸다. 한 언론이 금감원 내부 문건을 인용해 채권은행단이 하이닉스에 8000억원을 신규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탓이다.
그런데 하이닉스 관련 대목이 포함된 문답자료가 유출된 것이다. 금감원은 서둘러 "(하이닉스) 지원 여부는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해명하는 한편 자료 유출자 색출에 나서는 소동을 벌였다.
실제 2002년 말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해 1조9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담긴 채무조정안을 확정하자 미국과 유럽연합은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조처"라며 하이닉스의 반도체 D램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수년 간의 분쟁을 통해 관세부과는 철회됐지만 하이닉스가 본 유·무형의 손실은 적잖았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19층에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을 설치하면서 보안시설도 대폭 강화했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곳이니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보안이 필요한 곳은 시설 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