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급류 탄다

여한구.권화순 기자 2008.12.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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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회장 인사권 제한 등 추진-최원병 회장 "회장부터 개혁"

이명박 대통령의 '가락시장 질책' 발언을 계기로 농협 개혁을 바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중단했던 농협 개혁 작업을 다시 추진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일 "농협을 둘러싼 최근의 각종 불미스러운 사태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감안해 보다 근본적인 농업개혁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민단체와 농협, 학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농업개혁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농협개혁위 위원장은 민간에서 맡게 되며 위원은 1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농식품부는 농협 개혁위에서 연말까지 도출할 예정인 개혁안을 토대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인 경제사업 활성화 중심의 농협법 개정안에 개혁위에서 도출되는 개혁안을 포함시켜 국회에 일괄 제출키로 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 9월 △회장 대표이사 추천권 인사추천위원회 이양 △회장 임기 1회 연임으로 제한 △일선 조합장 비상임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정치권과 당사자인 농협 내부의 반대여론에 막혀 백지화했다.

이에 따라 농협개혁위에서 마련될 개혁안은 농협 회장 인사권 축소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중심으로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황근 농식품부 대변인은 "지금처럼 국민과 정부, 농협 등 3자가 농협 개혁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다"며 "상황이 급변한만큼 가급적 빠르게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여러번 농협 개혁을 하겠다고 추진했다가 용두사미 식으로 취지를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농협이 경쟁력을 갖춘 농민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이 금융 하고 뭐 해서 돈을 몇 조씩 벌고 있는데 농협이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라. 농협이 벌어 갖고 사고나 치고 있다"는 취지로 농협을 호되게 질책했다.



농협은 이 대통령의 질타 발언 당일 신용 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데 이어 다음날인 5일 임원 24명의 일괄 사표를 받는 등 자체 개혁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 이날에는 자회사 임원회의를 소집해 전체 사표를 제출받았다. 또 2010년까지 자회사수를 25개에서 16개로 줄이기로 했다.

최원병 농협 중앙회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회장 스스로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회장부터 개혁하겠다"며 "회장의 기득권을 포함한 기존 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고, 잘못된 관행과 규정을 과감히 청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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