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뜻하는 것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2.08 07:23
글자크기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14>국화와 칼(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뜻하는 것


지난 주말 한 달에 50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것으로서 극심한 경기침체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쯤에서 미국의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시장에서 말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인지를 놓고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만약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간다면 자산디플레이션과 지가(地價)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미국은 장기불황에 빠지게 되고 세계 경제는 덩달아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도 있다.



일본이야 전 세계 GDP에서 9.8%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은 전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역대 최대의 경제권이란 점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재기 능력의 여하에 따라 종속된 경제권의 부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일본식 불황에 빠진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고민스러울까?



일본은 6000포인트에서 시작해서 4만 포인트까지 6배 넘게 상승을 했었지만 버블이 터진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그 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미국도 S&P 기준으로 지난 해 10월에 기록했던 1576을 상당한 시간 동안 오르지 못할 것이란 불길한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수많은 경제권들의 고충도 함께 커지게 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늘은 과거 일본의 불황과 최근 미국발 금융경색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고려해서 향후 결정될 미래를 예측해보려고 한다.

국화와 칼


일본과 미국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금융위기가 부동산으로부터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나 혹은 그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 되었었다는 점, 그리고 위기의 말미에 진행된 양적완화정책 등이 지독히도 닮았다.

또한 규제가 거의 없는 자유주의에 입각한 방만한 각종 규제의 완화가 부실을 키웠다는 점과 그 부실에 고의성 정책이 상당히 많았었다는 점도 왜 이렇게 흡사한지 모르겠다.

그럼 일본의 불황의 근간을 살펴보자. 이미 필자의 글을 통해서 여러 차례 거론되었지만 미국은 좀 색다른 방식으로 동맹국을 넓혀 나가게 된다. 국가를 정복해서 힘으로 압제하는 과거의 구닥다리 방식이 아닌 로마식 국가 경영시스템이었다. 즉, 동등한 입장의 동맹국 개념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동맹국이 잘 살아야 그로 인한 이익도 크다는 것이 미국이 역사상 다른 침략자들과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2차 대전 이후 가장 패퇴한 일본의 경제도, 소련의 붕괴로 인해 자멸의 단계에 있었던 중국도, 6.25로 인해 국민의 대다수가 굶주림 속에 있었던 우리 한국도 결국 미국의 용의주도한 자극들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의 대열에 빠른 속도로 올라올 수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단 6년 만에 다시 전쟁을 치룰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추게 된 것도 결국은 미국의 지원이 배면에 있었다면 미국은 참으로 넉살 좋은 강자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튼 오늘은 일본 이야기이니까 이쪽에 집중해보자. 패망한 일본은 원폭을 두 방이나 맞았다. 남아 있는 것도 없었고 국가 재정도 파탄되었다. 이런 일본을 미국이 충분히 지배할 수도 있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일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미국의 지원 프로그램이 얼마나 정교했던지 전쟁으로 완전히 전파된 일본은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80년대에 이르게 되면서 전 세계 생산품의 10%를 점유하게 되면서 일본은 소위 “라이징 선”이라는 칭호를 듣기까지 막강한 성장을 거듭하게 되는데 역시 미국의 힘이 컸다. 마치 우리나라의 잘 팔리지도 않는 포니차를 사준 것처럼 거대시장 미국은 일본이 생산한 물건들을 사주게 되었고 일본은 전폭적인 미국의 지원에 빠른 속도로 경제규모를 키워갔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강한 순종적인 일본이 빠른 성장을 했었던 것은 역시 미국이 제시한 프로그램에 가장 순종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이라는 민족은 참으로 재미있다.

조그마한 섬나라로 이루어진 나라의 특성은 군주가 바뀌었을 때에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군주가 바뀌었을 때에 힘없는 농민이나 관료들의 선택은 자결 혹은 복종 두 개의 길 뿐이었고 막부시대 이후의 이런 고약한 전통은 그들의 염색체에 인자되어 그들 민족의 고유한 코드가 되어버렸다.

즉, 강한 사람이 생기면 그게 코쟁이라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 일단 충성을 표시하고 길바닥에 넙쭉 엎드리는 것이 바로 일본이었다. 자신의 민족일 필요도 없고 단지 군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 일본민족과 문화를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말로 “국화와 칼” 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강하면서도 너무도 약한 민족, 세상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잔인성을 보였던 남경 대학살을 자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잔인무도하면서도 사천대지진에서 여성의 시신 앞에서 묵념을 올릴 수 있는 아주 신사적인 민족, 이들은 마치 한 손에는 국화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것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국화와 칼”은 루스 베네딕트 여사는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치루기 전에 일본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 국무부가 요청을 해서 2년여 동안 집필했던 책의 이름이다.

이 책이 쓰여진 동기는 일본과 미국이 전투를 벌이기 전에 사전에 일본의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정도로 미국은 뭐든 대충 대충 하는 일이 없다. 일본에 대해 이미 상당히 깊은 내막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미국은 일본의 패망 즉시 정치와 경제 모든 분야에 친미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이렇게 말을 잘듣고 예쁜 일본을 성장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즉, 일본의 코드에 미국이 맞추었기 때문에 지금 미국과 일본은 환상적인 궁합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너무 빠른 성장은 역으로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확대되기 시작한다. 바로 엔화가 국제 무대에서 공용의 통화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1980년에는 유럽에서 일본화로 발행된 채권이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일본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이제 거대해진 일본의 경제를 본격적인 미니어처를 만들기 위한 기나긴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첫 번째 단추가 바로 플라자 합의였다.

-플라자 합의와 미니어처 전략

당시에 미국은 일본에게 환율의 조정을 요구한다. 엔화가 너무 저평가 되어 있어 무역 적자가 심화되고 있으니 엔화 강세를 유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최근 중국에게 미국이 요구하는 것과 비교해서 생각하기 바란다. )

충성스러운 일본은 일단 그 미끼를 덥썩 물어 버린다. 1985년 9월 25일 플라자 협의 직전에 엔달러 환율은 242엔이었는데 이것이 딱 2년 만에 120엔까지 치솟으면서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게 된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일본은 난리가 났다. 라이징 썬(떠오르는 태양)이 이제는 석양이 될 판이었다. 지금도 수출 비중이 크지만 당시에도 주로 미국에 의존해서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았던 일본에게는 제조업에 상당한 타격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에 그럼 미국은 행복했을까?

천만에 말씀 플라자 협의 직후에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 커지게 된다. 즉, 미국은 무역적자의 해소를 위해 플라자 협의를 제의한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당시 값싼 일본제의 수입을 통해서 소비를 했던 미국은 엔화의 강세로 인한 부품 수입가격의 급등으로 더욱 무역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실시간

6-10위 보기 5분간 수집된 조회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