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美고용지표...역으로 '바닥신호?'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2.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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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최장 침체' 전망..."고용은 후행지표, 부양책 효과 볼것"분석도

미국의 고용지표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경제가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용지표의 후행성을 감안할 때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긍정론이 부상하고 있다.

◇ 월간 일자리 감소, 34년 만에 최대..올해 190만명 실직



이날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6.7%를 기록,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1993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이다.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한 달간 53만3000개가 줄었다. 1974년 12월 한 달간 60만2000명이 실직한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34년 만에 최대 규모이다. 블룸버그와 마켓워치의 전망치(각각 33만3000명, 35만명)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주택경기 침체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이로 인한 소비침체를 반영, 건축업종에서 8만2000개 일자리가 줄었고, 금융업이 3만4000개, 유통이 9만1000개 일자리가 각각 사라졌다.
교육 보건 등 공공부문에서 5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점을 감안하면 민간부문의 일자리 감소규모의 심각성은 훨씬 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올 들어 미국의 일자리는 11개월 연속 줄어들어 총 19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6개월간 줄어든 일자리만 155만개로, 2001년 경기침체 당시의 전체 고용감소 규모를 넘어섰다.

◇전후 '최장 침체' 기록 깰 듯.."끔찍하다"반응

고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이코노미스트들도 '끔찍하다(terrible)'는 반응을 보였다. 메릴랜드 대학의 피터 보리시 교수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며, 광범위한 공황 우려가 현실로 다가 왔다"고 말했다.


경기상황은 앞으로도 당분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 '빅3'와 보잉 등 거대기업에서 중소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한 감원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RDQ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심각한 고용지표는 4분기 중 미국의 실질GDP성장률 하락폭이 연율 기준 마이너스 5%를 넘어설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사이트 역시 내년 실업률이 8.6%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에서 -1.8%로 하향했다.

전미 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recession)'는 이미 지난해 12월 이후 1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과거 70년대 말∼80년대 초에 기록한 최장 침체기록(16개월)을 경신,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은 후행지표, 수개월간 완만한 회복" 전망 고개

고용지표가 후행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고용지표는 역으로 미국경제가 바닥권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헤지펀드 컴비내토릭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램 바가바툴라는 "12월 고용지표 역시 악화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수개월간 서서히 신용시장이 회복되고 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팩트 앤드 오피니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브러스카는 "9-11월 에 나타난 것과 같은 고용 급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며 고용지표 악화는 경기의 '턴-어라운드'를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가하락, 리보금리 하락, 모기지 대출 및 회사채 시장 활성화 등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이 같은 '턴-어라운드'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및 재무부의 시장 대책이 경기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가바툴라는 "이 같은 유례없는 금융 및 재정 완화 정책이 쏟아 부어진 이상 경기가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라도 GDP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 연구소의 데이비드 레슬러는 GDP성장률이 1-2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뒤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 오바마 새 정부, 발걸음 빨라진다

최악의 고용지표는 오바마 새 정부와 의회가 계획하고 있는 대대적인 부양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 직후 "(자신이 준비 중인)경기 회복 계획이 절박(Urgent)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 위기를 극복할 빠르고 쉬운 방법은 없다"며 "인프라와 대체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 교량 재건설 등 사회 인프라 구축에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대체 에너지와 연비 개선 자동차 개발을 지원, 향후 3년 내 2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오는 15, 1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개최를 앞두고 있는 연준 역시 현재 1%까지 내려온 금리 인하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연방기금 금리를 0.5% 포인트 추가 인하, 0.5%로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지만, 이날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기준금리가 0% 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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