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도의 불안감이 그대로 시장에 투영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정책효과가 빛을 발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빅3'의 최악의 실적이 재확인됐지만 미 정부가 '구제'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장중에 자동차 빅3의 구조조정안이 강도가 약해 구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상승폭을 낮추기도 했다.
일단 3일 국내 증시도 '훈풍'을 탈 것 같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급락했지만 장중 낙폭을 만회해 나름 '선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외부 변수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몇 가지 의미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 금리인하 및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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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일희일비'해선 곤란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외환보유액 동향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유입과는 별개로 금융시장엔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117억4000만 달러 줄었다는 사실은 금융불안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는 실물은 더 큰 고민거리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판매 실적 부진 등 실물경제는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동차주가 전일 일제히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장중에 발표하는 10월 소매판매액 동향은 시장에 잠시나마 되살아난 '경기부양 기대감'을 끌어내릴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무역의 날 축사에서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가장 어려운 시기가 빨리 다가온다는 소식은 나쁘지 않지만 그 폭과 깊이가 어느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