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희망과 절망의 '줄다리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12.03 08:17
글자크기

경기침체-경기부양 기대감 공존

뚜렷한 방향성 없이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발 'R(Recesion)의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되더니 하루 만에 'R(Reflation) 희망'이 되살아나는 식이다. '경기침체 우려'와 '경기부양 기대감'이 하루가 멀다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꼴이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도의 불안감이 그대로 시장에 투영되고 있다.



2일 뉴욕증시는 급반등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70포인트(3.31%) 상승한 8419.09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32.60포인트(3.99%) 오른 848.81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역시 51.73포인트(3.70%) 올라선 1449.80을 기록했다.

물론 이번에도 정책효과가 빛을 발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빅3'의 최악의 실적이 재확인됐지만 미 정부가 '구제'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장중에 자동차 빅3의 구조조정안이 강도가 약해 구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상승폭을 낮추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긴급대출 프로그램 시한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덩달아 유럽 증시도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일단 3일 국내 증시도 '훈풍'을 탈 것 같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급락했지만 장중 낙폭을 만회해 나름 '선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외부 변수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몇 가지 의미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 금리인하 및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다.


그렇다고 '일희일비'해선 곤란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외환보유액 동향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유입과는 별개로 금융시장엔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117억4000만 달러 줄었다는 사실은 금융불안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는 실물은 더 큰 고민거리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판매 실적 부진 등 실물경제는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동차주가 전일 일제히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장중에 발표하는 10월 소매판매액 동향은 시장에 잠시나마 되살아난 '경기부양 기대감'을 끌어내릴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무역의 날 축사에서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가장 어려운 시기가 빨리 다가온다는 소식은 나쁘지 않지만 그 폭과 깊이가 어느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두려울 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