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성과급 지급' 3가지 고민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12.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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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연말 성과급 지급에 고민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매년말 한해동안의 실적을 평가해 다음해초에 성과급을 지급해왔고, 임원들의 경우 '장기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후 올해 첫 시행 시기지만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올해는 유독 '성과급 지급'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3가지 정도다. '내년 경기가 어려운데 지금이 성과급을 지급할 시기냐'는 주변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첫번째다. 또 임원들에 대해 장기성과급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억원을 받는 임원과 직원간 '성과급 온도차'가 두번째 고민이다. 끝으로는 '협력업체나 중소기업과의 온도차'가 이들의 입에서 '성과급' 얘기가 나오는 것을 막고 있다.



올해 매출 10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LG 그룹 주변에선 올해 사상 최대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 그룹 측은 2일 "지난 2005년 장기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후 3년의 성과를 평가하는 첫해가 올해다"면서 "지난 3년간의 실적이 좋았던 만큼 성과급에 대한 기대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 측은 다만 아직 실적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지급 규모나 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보다 더 조심스럽다. "경기가 어려운 데 성과급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떠도는 얘기처럼 사상최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내년 경영을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LG 계열사 관계자는 "각사마다 사정은 모두 다르다. 임원과 직원, 계열사간, 수요기업과 협력업체간 피부로 느끼는 성과급 온도차는 예년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수억원 내외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도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들간의 '온도차'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상하간의 성과급 규모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한해 성과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이익분배급(PS)과 반기에 한번씩 기본급의 최대 150%까지 주는 생산성격려금(PI)이 연초에 지급된다. 지급 기준이 매년말 평가를 통해 정해지지만 올해는 더 조심스럽다.



LG와 마찬가지로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PS나 PI는 매년 해오는 임금보전의 성격이 짙다"며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성과급으로 보전하는데도 이를 '돈잔치'로 보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삼성도 지난 2005년에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면서 장기성과급을 도입해 올해가 처음 지급하는 시기지만 약 45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규모로 인해 주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성과급 지급사실 자체만으로도 논란꺼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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