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금융관료들, 어디갔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2.03 11:35
글자크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주가폭락, 환율급등을 맞아 정부가 힘겨운 싸움을 펼쳐가는 요즘. 금융정책 라인에서 잔뼈가 굵고 위기관리에 익숙한 '전문 금융관료'들 중 상당수가 전선을 떠나 있다. 해외파견, 청와대 근무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때문이다.

태스크포스(TF) 또는 위원회와 같은 한시조직을 만들어서라도 금융위기 국면에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차단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협약의 연장 또는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원활한 협의를 이끌 최고 적임자로 허경욱 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이 꼽힌다. 재정부 국제금융국장까지 거친 국제금융통으로, 우리나라 국제금융 관료 가운데 최고의 영어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협약 체결에 기여한 신제윤 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손발을 맞출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그러나 허 전 차관보는 현재 금융과는 큰 관련이 없는 청와대 국책과제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올초까지 재정부 외화자금과장으로서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한 개입의 실무를 담당하는 등 외환시장에 잔뼈가 굵은 문홍성 과장도 현재 허 비서관과 함께 국책과제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1997년 당시 환율 담당 실무자로서 외환위기 상황에서의 외환시장을 직접 경험한 권대영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사무국 의사총괄과장은 현재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파견돼 있다.

국내금융 쪽에서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치며 2003년 카드사태, 외환은행 매각 등을 손수 처리한 경험을 가진 추경호 국장이 파리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참사관으로 파견돼 있다.


재경부 보험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정통 금융관료' 정은보 국장도 현재 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으로서 해외 국제회의 참석 등에 주력할 뿐 국내금융 문제에는 크게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고참급에서는 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외환위기를 전후해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과장을 모두 거치며 위기를 수습한 경험이 있다. 정건용 J&A FAS 회장(전 산업은행 총재)은 외환위기 직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은행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장(전 재경부 차관)은 외환위기 직전 한보사태 대책반장, 외환위기 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과 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아 카드사태를 처리한 전력이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경험이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