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의 한국 공략

더벨 김민열 기자 2008.12.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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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 Watch] '달러의 힘'으로 공격적 가격 제안

이 기사는 12월01일(13: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EF) KKR(콜버그 크래비츠 로버츠)과 블랙스톤이 한국의 토종 PEF에 'KO패'를 당했다.

주인공은 한라그룹이 8년 만에 되찾은 만도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산업은행(KDB) PE와 국민연금 1호 펀드인 H&Q.

미국계 부품 업체인 TRW가 재무적 투자자(FI)인 블랙스톤과 함께 1조1000억원대의 인수가격을 제안한데 이어 KKR도 만도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몰아 닥친 미국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사태로 글로벌 바이아웃 시장이 위축되자 아시아 시장을 대안으로 주목했다.

외국계 사모 펀드들이 만도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차로부터 '인수 후 협력관계'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하는 사이, 국내 사모펀드들은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한라그룹과 함께 범 현대가인 KCC를 컨소시엄에 합류 시키며 만도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사모펀드가 글로벌 사모펀드를 이긴 사실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제2, 제3의 만도 신화도 예견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된 요즘 해외 투자자(LP)를 기반으로 한 리저널 펀드(Regional Fund)들이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매물로 등장한 OB맥주는 물론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각종 딜에서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개입해 있다. 달러 베이스인 리저널 펀드들은 국내 PEF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쓸 수 있다. 수년 뒤에 재매각에 나설 경우 환차익을 노리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 LP로부터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어피니티와 MBK 등은 국내 매물 태핑에 한창이다.



반면 국내 PEF들은 국내 금융 회사들의 발등에 떨어진 자본확충 문제에 밀려 '펀드레이징'은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 이미 투자금을 확보한 펀드운용사(GP)들도 LP 눈치를 보느라 공격적인 '바이아웃'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말 두산의 밥캣 인수 이후 불었던 크로스보더(국경간) M&A 투자열풍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어렵사리 성장 모멘텀이 될만한 회사를 찾았지만 국내·외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달 매각을 앞두고 있는 금호생명도 메트라이프, 푸르덴셜생명 등 해외 SI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집안 단속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사이 해외 SI, FI들이 매력적인 한국 매물들을 거둬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치른 비싼 수업료를 돌려받기는 커녕 한국 기업들이 먹잇감으로 전락한 허술한 시스템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모처럼 찾아온 찬스를 허무하게 놓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최소한의 자성조차 없이 정부와 금융당국은 "10년전에 비하면 상황이 나쁜 게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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