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불안, '亞 외환위기' 재발 신호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2.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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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주식매도, 관광객 감소 불구 외환보유액 충분

태국이 불안하다. 태국의 최근 모습은 1997년 외환위기 때를 상기시킨다. 10년 전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을 강타했다.

◇ 외인 매도 러시



반정부 시위대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스완나폼 공항을 점거하면서 태국 경제에 먹구름이 한 꺼풀 덧씌워졌다.

PAD의 공항 점거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태국 증시 SET지수는 전일 대비 1.4% 하락했다. 당시 SET지수의 주된 하락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도세였다.



공항 점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 평균 30억바트(8400만달러)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들이 400억바트(11억2500만달러)의 주식을 추가 매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태국 증시 움직임은 현실 정치 문제에 민감하게 연동하고 있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2%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현재 SET지수는 연초 대비 53.2% 떨어진 상태다.

◇ '관광' 치명타..GDP 추락 불가피


공항 점거는 태국 경제의 젖줄과도 같은 관광산업에 치명적이다.

태국 정부 산하 경제정책 연구기관인 국가경제사회발전위원회(NESDV)는 공항 점거가 1460억바트(41억2000만달러) 규모의 관광 수입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또 공항 점거 여파로 내년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600만~700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항 점거 사태 이전 태국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수는 17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항공산업 타격도 불가피하다. 40억달러를 들여 2년 전 완공한 스완나폼 공항의 일 평균 이용객은 10만명에 달한다. 스완나폼 공항은 또 전자, 자동차 다국적기업의 부품 공급의 허브 공항으로서 전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의 3%를 처리하고 있다.

태국 산업연합(FTI)은 공항 점거가 하루 5700만~58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위기 단정은 '시기상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트화 가치가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는 달리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트/달러 환율은 공항 점거 전후 일주일 동안 0.1% 안팎의 변동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항 점거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0.4% 급등했을 뿐이다.



태국 중앙은행도 정정 불안에도 불구,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국화 약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 신뢰 회복이 정정 불안의 여파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편이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2월 249억달러에 불과하던 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현재 1009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 비해 4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특히 태국의 외환보유액은 정정 불안 속에서도 최근 2개월 연속 순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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