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무협회장 "내년 수출 4700억弗 무난"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8.12.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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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올해 수출 4000억달러, 무역 8000억달러 기록 수립"
"수출국 다변화로 내년 수출 4700억달러 무난"
"엔고, 대일무역 적자 해소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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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범 무협회장 "내년 수출 4700억弗 무난"


"전세계 경제, 특히 선진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 서 있지만 우리 수출은 상당히 다변화 돼 있습니다. 한 자릿수 성장만 한다고 해도 내년 수출이 4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 됩니다."



무역협회 이희범 회장(57)은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수출 대상국 수는 올해 기준으로 213개국, 자동차 수출만 따져도 170여개국으로 다변화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수출 산업을 전후방에서 지원하는 수출 전도사로서 이 회장은 "고환율 때문에 여러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이 수출 산업 입장에선, 특히 대일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차원에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 4000억 달러, 무역 8000억 달러란 대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빌딩 50층 회장실에서 최근 이 회장을 만나 국내 수출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청사진을 들어 봤다.

-우리 경제가 수출 4000억달러란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77년 수출 100억달러 기록을 수립한 뒤 40여년만에 수출이 400배 커진 셈인데요. 올 수출입 산업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해주시죠.

▶우리 수출은 12월 첫째주에 사상 처음 4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연말에 수출 규모가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수출이 총 44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출 산업은 2006년 3000억달러 기록을 수립 한 뒤 불과 2년만에 4000억달러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세계 수출 11강 중 중국 다음으로 빠른 신장세입니다.

4000억달러를 1만원권으로 쌓을 경우 에베레스트산 569개의 높이와 같고, 100원 동전으로 쌓을 경우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를 왕복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올해 수출호조의 원인은 석유제품, 선박,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제품들의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실물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습니다. 내년 수출이 4700억불로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셨는데 내년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와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외환위기 때는 외부경제와 국내 펀더멘털이 모두 위기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외부요인에 의한 위기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 튼튼합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급격히 이탈하는 것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뺄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국내 증시가 우려할 만큼 악화된 상황이 아니라는 반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은 수출에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는 엔화나 위엔화에 비해 나홀로 강세였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지난 10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각각 28억달러 4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현재 우리경제를 감안할 때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무역수지는 11년만에 적자로 전환 됐습니다. 특히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이 3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데요.

이희범 무협회장 "내년 수출 4700억弗 무난"
▶주된 요인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수입 금액이 크게 확대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1~10월 중 6대 에너지 품목의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5% 증가한 12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90억달러가 증가한 것입니다.



대일 무역적자폭이 커지는 것은 중간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수출이 증가할 수록 중간재 수입이 늘 수 밖에 없어 대일 무역적자폭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통계적으로 우리 수출이 1 늘어날 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0.8 정도가 늘어날 정도로 상관관계가 높은 편입니다.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부품소재 전용 공단을 조성, 일본의 선진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일본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일본 기업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으며 각종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해야 합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펼칠 예정입니다. 일본 유통업체 구매상담자를 초청해 전시상담회를 개최할 계획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200~300원밖에 안하는 배추가 현재 일본에서는 우리돈으로 4000~ 5000원 가량 합니다. 우리 농산물을 일본 유통사를 통해 수출한다면 농가와 일본 유통업체 양자에게 둘 다 이익이 될 것입니다.



대일 수출 전문 무역상사제도도 운영중입니다. 현재 17개 기업이 지정됐고 이 수를 점차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최근 엔고 현상은 우리가 대일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공정무역주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무역자유화 조치가 선행돼야 합니다.

특히 양자적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고 발효돼야 할 것입니다.



한미 FTA가 조속히 비준되고 EU 캐나다 등과의 협상도 조기에 타결되고 발효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U의 경우 각국의 비준 과정이 없기 때문에 우리 국회의 비준만 되면 발효될 수 있습니다.

칠레와의 FTA 체결 후 우리의 대칠레 수출이 6.6배가 늘었습니다. FTA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수출기업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회장님께서 상당히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 협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무역금융 애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이 센터를 설치한 뒤 업계로부터 130여건의 애로 사항을 접수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경제단체장들이 금융기관장들과 만나 상생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이 외에도 수출보험공사 우리은행 등을 직접 방문해 수출업계 지원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무역업계 대표들과도 수시로 만나 무역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 관련 부처에 해결을 촉구하는 등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놓고 '우물한 고래'란 표현을 사용하셨는데요. 위기 상황을 맞아 한국경제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밖에 나가보면 한국경제에 대해 상당히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11위입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경제 대국인 셈입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주체들의 글로벌 마인드는 아직 한참 부족한 편입니다. 경제적 몸집은 고래처럼 커져버렸는데 마인드는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를 못벗어나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우물안 고래'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경쟁만을 갖고는 이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경쟁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약력 △49년 경북 안동 출생 △7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72년 제12회 행정고시 수석합격 △2001~2002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3~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6년~ 한국무역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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