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석 부회장, 술 '천년약속'에 베팅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11.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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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에 '천년약속' 지분 34% 인수..매출 부진 탈출 여부 '주목'

수석무역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인 전통주 제조업체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화제다. 수석무역은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부회장이 오너로 딤플 위스키 등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수석무역은 최근 ㈜천년약속에 30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34%를 확보했다. 수석무역 외에 부산저축은행과 부산을 연고로 하는 일부 기업도 이번 출자에 동참했다. 그러나 단일 기업으로는 수석무역이 최대주주다.



주류업계에서는 강 부회장의 이번 행보에 물음표를 던진다. 수석무역이 경기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 전통주 제조업체에 대규모 투자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쓰러져가는 천년약속 일으켜 세우겠다=천년약속은 같은 이름의 상황버섯 발효주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 술은 지난 2005년 APEC(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건배주로 사용되며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 2006년 매출액 185억원, 당기순이익 1억8800만원을 올리며 전년대비 420% 매출이 증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반짝 인기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67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이 64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2006년 1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확충했지만 이후 판매가 늘지 않아 부실이 쌓였다. 올해도 ㈜천년약속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34억원에 그쳐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석무역은 이런 회사를 2009년 매출액 120억원, 2010년 매출액 200억원 회사로 회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강 부회장이 경영시스템 개선의 큰 그림을 맡고,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이 영업 강화를 진두지휘한다. 특히 지금까지 대리점 위주의 영업을 주류 도매상 중심으로 바꿔 매출 증진을 노릴 방침이다.

◇"불황으로 회사 재기 만만치 않을 것" 목소리도=그러나 강 부회장의 30억원을 건 승부수는 난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천년약속은 일반음식점 판매가가 병당 7000원∼8000원(도매가 3500원)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주나 맥주보다 가격이 비싼 전통주는 판매부진이 심각하다는 게 주류업계의 지적이다.


수석무역이 전국의 주류 도매상을 활용해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천년약속은 주류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한 영업에 주력해왔다. 주류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류 도매상을 배제한 영업은 대형음식점 등 판매량이 많은 곳을 뚫기가 쉽지 않아 매출 증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류 전문가들은 "천년약속이 주류 도매상 대상 영업을 늘리지 않는다면 매출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주류 도매상을 통해 영업을 강화할 경우에는 기존 대리점의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천년약속이 지난 2006년에 1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크게 늘린 만큼 강 부회장 입장에서는 밑질 게 없는 투자라는 견해도 있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천년약속에 대한 강 부회장과 김 사장의 경영개선 효과는 내년 1월말께 1차 성적표가 나올 것"이라며 "이들 경영진이 기업경영과 주류영업에 정통한 만큼 실적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지난 5월에는 250억원을 투자해 소프트웨어 회사인 지어소프트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강 부회장의 천년약속 지분 인수가 지난해 말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이후 독자 행보를 걷기위한 일환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강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후 동아제약 이사직을 사임한 뒤 최근까지 자신이 보유한 동아제약 주식 30만주 이상을 장내 매도했다. 보유지분율은 0.49%(5만주)로 낮아졌고 이 과정에서 강 부회장은 수 백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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