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헐값에 주식 쓸어담았다

더벨 김용관 기자 2008.11.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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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KB금융·하나금융·대신證·하이닉스 집중 매수

이 기사는 11월25일(13: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대표주식들을 헐값에 주워담고 있다. 시장 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을 적극적인 매수 시기로 판단한 외국인들의 전략이 주목된다. '모두가 위기라고 외칠 때가 기회'라는 증시 격언이 또한번 맞아떨어질 지 관심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 KB금융지주,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등을 잇따라 저가에 매수하며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찼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 AG도 대신증권 (16,820원 ▲60 +0.36%)한미약품 (33,800원 ▲150 +0.45%) 등을 고가 대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사들였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지난 9월16일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주가 급락기에 대거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이 집중적으로 매입한 주식은 하나금융지주(5.32%), KB금융지주(5.17%), 하이닉스(1.11%) 등이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하이닉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을 비롯, 이들 회사의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이 집중적으로 매입한 국내 은행주는 매력 만점이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외화 유동성 악화, BIS 비율 하락 우려 등의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와의 갈등으로 2만원대에서 1만원 초반대로 반토막났다. KB금융지주 역시 지주사 전환 직후인 10월14일 5만6000원을 고점으로 찍은 후 한달여만에 2만1000원대로 추락했다.


하이닉스의 하락세는 더욱 급했다. 10월초 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한달 보름새 6000원대로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시황이 극도로 악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2~3년 후 반도체 경기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1971년에 설립된 얼라이언스 캐피털과 1967년에 만들어진 번스타인이 지난 2000년에 합병한 자산운용사다. 약 6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강력한 리서치 조직을 자랑한다.



프랑스 금융그룹 악사가 최대주주로 있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호남석유화학, 현대모비스 LIG손해보험, 대림산업, 현대제철, 포스코 등에 투자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과거 투자형태로 비춰볼 때 가치 투자를 노린 저가 매수일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주의 경우 이번 위기만 극복하면 중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자산의 1/3 가량인 1920억달러를 가치주에 투자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 AG도 주가 급락기를 적극적인 매수 타이밍으로 잡았다. UBS AG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대신증권과 한미약품.

UBS AG는 싱가포르 소재의 UBS 커스더디 싱가포르, 하나UBS자산운용 등과 함께 대신증권 주식 260만311주(5.12%)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의 3대 주주가 됐다.



연초 2만9000원대였던 대신증권 주가는 최근 1만1000원대까지 추락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 9월16일 대신증권 주가가 하한가(1만6400원)로 들어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81만주를 하루만에 매수했다. 지난 10월27일(1만1150원)에도 59만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2000~1만5000원대로 파악된다.

UBS AG는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UBS는 이 기간을 이용해한미약품 주식을 매입, 지분율을5.19%(45만1354주)로 확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지자 매수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라 1~2년 후 시장이 회복되면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003년 1조 5000억원대의 대규모 분식회계로 인해 SK그룹 주가가 급락하자이를 틈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지분 14.99%를 인수, 수년 후 막대한 차익을 올리기도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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