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社서 임상1상 의뢰 몰리는 세브란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11.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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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만드는 의사들] ⑦정현철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건강한 사람을 상대로 약물을 테스트해보는 임상1상 시험은 ‘임상시험의 꽃’으로 불린다. 약물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최초의 임상시험이자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임상1상은 신약 후보물질의 특허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도 포함돼 있고, 높은 임상시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 조기임상시험은 본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정현철 교수는 "임상1상 시험이 발전해야 전체 임상시험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현철 교수는 "임상1상 시험이 발전해야 전체 임상시험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현철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가 진행중인 50개 임상시험 중 10개는 다국적 제약사가 의뢰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시험이다. 국내에서 임상 1상 연구가 가장 많다. 정 교수는 “1988년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해 다양한 임상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 온 결과물”이라며 “우리의 임상시험 수준을 다국적 제약사가 인정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레지던트(수련의)를 마치고 곧바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당시 담당 교수였던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김 총장은 “의료도 경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고, 임상 시험은 의료에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며 정 교수에게 임상 시험을 권했다. 당시 국내에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규정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정 교수는 미국의 임상 시험 교본을 공부해 가며 임상 시험을 배웠다. 정 교수는 “1990년 정부에서 임상시험 관련 규정을 마련할 때 번역해 둔 해외 규정을 자료로 건네줬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임상 시험을 가장 먼저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는 중계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중계연구란 임상 연구와 임상 연구 이전에 진행되는 연구를 뜻하는 전임상 연구를 이어주는 연구를 말한다. 즉 과거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임상 연구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중계연구가 잘되면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연구개발비가 헛되이 사용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신약의 임상효과를 잘 입증하면 제약사는 신약개발 경비를 줄일 수 있다”며 “임상 1상시험을 잘하는 의료기관에 제약사의 임상시험 의뢰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임상 1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선 시험 진행 과정에서 신약 개발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초기단계의 임상시험을 하려면 제약사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약물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나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정교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정 교수는 “임상 1상 시험은 약물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해 임상 시험을 디자인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약물과 임상시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되고 임상 시험의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 정 교수는 "중국과 인도와 임상시험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정 교수는 "중국과 인도와 임상시험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장점도 있다. 임상 1상 시험은 시험 과정이 복잡해 임상 2상과 3상에 비해 비용이 더 비싸다. 게다가 임상1시험을 하게 되면 제약사가 임상 시험기관을 잘 바꾸지 않아 임상2상과 3상 시험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임상 1상을 많이 유치해 임상 시험의 질이 올라가게 되면 임상 시험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중국과 인도는 많은 환자 인프라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임상시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임상 1상 연구의 수준은 하루 아침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 시험의 질을 더 높여야 중국·인도와 차별화된 임상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리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식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미 올랐다”며 “수년내 FDA가 우리 임상시험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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