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세계적 인정받아 뿌듯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9.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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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만드는 의사들]①백재승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

신약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임상실험. 아무리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임상을 통해 이를 검증하지 못하면 신약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임상실험은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인프라다. 질높은 우리나라의 의료수준과 환경을 감안, 다국적 제약사들도 국내에서 많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실험 그 자체로도 상당한 경제성을 갖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현장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을 만드는 의사들'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백재승 서울대병원 임상센터소장↑ 백재승 서울대병원 임상센터소장


“수많은 외국학자들 앞에서 자이데나 임상성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약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한 나라 회원들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느꼈다. 시기어린 시선도 많았다. '한국이 정말 신약을 만드는 기술이 있느냐'는 고약한 질문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관심의 또 다른방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동아제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임상실험을 맡았던 백재승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의 말이다. 백 소장은 자이데나 뿐 아니라 SK케미칼의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엠빅스’ 임상도 진행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13개 신약 중 2개의 임상실험을 맡은 것이다.

게다가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임상실험 관련 논문이 오는 10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비뇨기과 학회지(Journal of sex of medicine)에 게재될 예정이다. 비뇨기과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권위지다.



백 소장은 “임상실험은 제약사와 병원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임상실험의 시스템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제약사 임상실험의 경우 본사에서 실험을 콘트롤 한다”며 “이와 달리 자이데나의 경우에는 모든 임상실험을 직접 했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대로된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각각의 단계에 맞는 틀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백 소장이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다국적 제약사와 임상을 진행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1998년 화이자의 비아그라 임상실험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임상실험 관련 매뉴얼을 보고 진행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우선, 기준자체가 현실에 적용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진행하는 과정에는 꼭 변수가 생겼다. 임상실험 참가자가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진료만 할때랑은 정말 달랐다. 개별 환자를 진료할때는 의사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각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실험은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뽑아야 했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 동아제약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자이데나. 지난해 관련시장 점유율 24%, 매출 130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제약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자이데나. 지난해 관련시장 점유율 24%, 매출 130억원을 기록했다.
그가 비아그라 임상실험 데이터를 입력하고 났더니 전산장치가 잠궈졌고, 자료에는 얼씬도 할 수가 없었다. 결과가 궁금한데 최종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얘길 해주지 않았다. 다국적 제약사는 정말 철저했다. 백 소장은 “이젠 우리도 똑같은 수준으로 한다”며 “처음에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지만 과학적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객관적 데이타가 얼마나 중요한지, 듀프로세스(적합한 절차, dueprocess)를 배운 게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그가 임상실험을 맡았던 ‘자이데나’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경쟁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그는 “다국적제약사의 약과 맞설 수 있는 약을 만들었다는 인간적인 뿌듯함이 있을 뿐”이라면서도 “국가경제에 기여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에 임상실험결과 테스트에 정말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백 소장은 “우리 의학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임상실험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있으니 좋은 시스템만 적용하면 금방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신약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임상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제약사도 병원도 신약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백 소장은 “선진국은 신약개발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든다”며 “이 분야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과 사람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며 “사람들은 우수한 만큼 신약개발시스템을 만드는데 정책적인 지원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서울대 임상의학연구소 연구원들.↑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서울대 임상의학연구소 연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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