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압구정 미꾸라지'의 재현?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1.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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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시장 '슈퍼메기' 활동 분석… "이들 칼날에 상처받을 수도"

코스피지수가 25일 장초반 '삼각형패턴'을 보이면서 하락세로 가닥을 잡고 있다.

씨티그룹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미 다우지수가 4.9% 반등하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4.0%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초반 1029선까지 육박했던 코스피는 상승폭을 줄이면서 1000선 지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여전히 잔뜩 움츠러든 투자심리가 증시를 높은 변동성으로 몰아가는 셈이다.



특징적인 부분은 최근 코스피200지수선물시장에서 개인이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전날 장중 5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한 뒤 장막판 매도분을 정리하면서 159계약 순매도로 마감한 현상이 25일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이 코스피200지수선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월초 31.8%에서 42.1%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개인의 지수선물시장 비중 증가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기관처럼 대량의 주식을 확보한 뒤 매수차익거래나 매도차익거래를 통한 무위험 차익을 얻는 것이 개인의 본질이 아님을 감안하면 최근 약세장의 변동성을 이용한 '돈놓고 돈먹기식'의 투기적 방향성 거래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이한 대목은 최근 지수선물시장에 뛰어든 개인이 '바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 지수선물·옵션투자로 명성을 날리던 '압구정동 미꾸라지'와 같은 슈퍼개미가 변동성 높은 장세에 등장해 대대적인 차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지수선물 전문가들은 이번에 등장한 '지수선물의 대가'는 미꾸라지를 넘어 메기 수준의 초고강도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 '스마트한 큰 손'이 등장해 증시를 요리하면서 상당한 차익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처럼 증시가 미국발 호재로 초반 반등할 것을 예상하고 초반 순매수한 뒤 강한 매도세로 돌아서 지수선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장막판 되감아 올리면서 차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날처럼 지수선물시장에서 개인은 장초반 537계약을 순매수하며 코스피200지수선물을 134.75까지 올렸다. 이후 오전 11시 현재 3100계약을 순매도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200지수선물가격은 131.50.

큰 손이 전체 지수선물을 사들일 수는 없겠지만 134.75포인트에서 적어도 2000계약을 팔아치운 뒤 지수선물이 낙폭을 강화해 130포인트에서 다시 되감아올린다고 치면, 하루에만 47억5000만원(4.75X50만원X2000계약)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수선물이 비쌀 때 팔고, 쌀 때 다시 사들이면서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지수선물에서는 계약단위의 15% 증거금만으로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2000계약을 사고 판다면 3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즉, 300억원을 투입해 하루 47억5000만원을 챙기는 초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지수선물시장의 '슈퍼 메기'는 최근 하루 최대 1만계약까지 선물을 쥐었다 놓았다 한 것으로 보인다. 1만계약이면 통상 1조원의 계약을 한 셈. 증거금 15%를 감안하면 적어도 1500억원 이상을 가지지 않고서는 이처럼 '간 큰' 행동을 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물론 이런 슈퍼메기가 활개칠 수 있는 것은 현물시장이 장초반 상승한다해도 잠재된 불안심리로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돼야 한다. 줄기차게 상승세를 탄다면 제아무리 '슈퍼메기'라도 거꾸로 하루에 수십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가 어려운 시기마다 지수선물시장에 '큰 손'이 등장해 거액을 챙겼다"며 "투자심리가 침체돼 있어 당분간 증시는 이같은 '슈퍼메기'가 휘두르는 칼날에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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