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美 고소영- 앰트랙라인

머니투데이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08.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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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 진용은 유례없는 통합형 실무진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사상 첫 흑인(유색)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그간 나타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면서 직면한 위기상황에 신속 대응할 실무형 조직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역대 미국 내각이 우리나라처럼 정치 바람을 타왔다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정권이 바뀔때 마다 인용하는 '~사단'은 백악관과 일부 정무직으로 제한돼 왔다. 포용을 화두로 한 오바마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시카고 하원의원인 램 이매뉴엘 비서실장을 필두로 경제자문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 등 '시카고' 사단이 대거 백악관에 포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제팀 명단을 발표한 곳도 시카고이다.



하지만 특히 경제 분야의 인력풀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 예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1987년 레이건 공화당 정부시 기용된 그린스펀은 클린턴 민주당 정부를 거쳐 2006년 지금의 부시 공화당 정권에서 현 벤 버냉키에게 의장직을 인계했다. 당파에 흔들림없이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우는 의장직을 5연임하며 18년 동안 장기집권해 온 것이다. 물론 독립기관인 중앙은행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좀 예외적 경우일 수 있지만 우리 풍토에서는 상상을 불허할 일이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 각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화당 정부하의 티모시 가이스너 현 뉴욕연은 총재가 재무장관으로, 그와 함께 재무 물망에 오르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일단 대통령 경제 고문으로 내정되는 등 '회전문 인사'가 다반사이다.



이는 흔히 일부 엘리트계층이 미국사회를 이끈다는 관점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대략 미국 엘리트층을 지칭할 때 한개의 서클(원)과 하나의 라인(선)으로 설명된다.

통상 한 조직의 핵심부를 일컫는 '이너서클(inner circle)'은 미국 정치 중심 워싱턴 DC를 감싸는 495 순환고속도로에서 유래했다. 벨트웨이로 불리는 이 서클도로 안쪽, 즉 백악관과 미 의회에서 미국은 물론, 세계의 정치,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의 라인은 미 동부 해안을 따라 보스턴에서 뉴욕을 거쳐 워싱턴에 이르는 앰트랙 철도노선을 일컫는다. 통상 보스턴을 거점으로 한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졸업한후 뉴욕 경제계, 워싱턴 정계로 진출하는 엘리트 코스이다.


이 가운데 앰트랙은 이들 엘리트들이 애용하는 통근열차이다. 대부분 환경 좋은 곳에 집을 둔 이들은 앰트랙을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집을 오간다. 이 때문에 앰트랙 동부해안 노선은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정,관, 경제계 인사들의 사교 라운지이자 은밀한 토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앰트랙 애용자이던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7년 방송기자이던 안드레아 미첼과 이 통근열차 안에서 눈이 맞아 재혼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은 의원시절 바쁜 의정 일정에도 매일같이 이 열차를 이용해 델라웨어 집을 찾아 남다른 가족사랑을 보여줬다. 이제 부통령에 취임하면 워싱턴의 관저로 가족이 모두 이주해 당분간 열차를 이용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로인해 앰트랙라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집단이다. 미국 월가를 지배하는 금융 거물들이나, 워싱턴 정계 거목들은 이 곳에서 만나 교분을 두텁게 쌓고 연줄을 만든다. 흔히 이번 경제 진용의 핵심 면면이 씨티 고문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라인이라고 불리우지만 더 파고들면 골드만삭스, 씨티 등과 뿌리가 닿아 있다. 때문에 금융구제에 적극적인 정부를 두고 한 통속인 때문이라는 시중의 비아냥도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비록 하버드대 출신이지만 이들과는 출신 성분, 지역 기반을 달리하는 이방인이다. 중부 일리노이 출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은 링컨이후 처음이다. 또 다소 보호주의와 규제 색채를 띤 성향을 지녔다. 백악관 진용은 오바마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다.
향후 오바마의 개혁 의지와 서클과 라인으로 대변되는 기득권간의 논쟁이 흥미로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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