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씨티…그럼 '빅3'는?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1.24 17:00
글자크기

다음달 2일 자구안이 관건

미 정부가 금융권의 공룡 씨티그룹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제조업의 공룡 자동차 '빅3' 지원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구제에 적극적이다. 반면 소수당 공화당은 지원 이전 경영진 교체 등 자구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빅3 지원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 1위 GM은 정부 지원없이는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GM의 유동성은 올 연말쯤 완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3위 크라이슬러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크라이슬러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이는 업계 평균 15% 감소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포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7일 포드는 3분기 현재 77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침체 속 업계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언제쯤 금고가 바닥을 드러낼지 안심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 '운명의 날'은 다음달 2일



민주당은 빅3에 25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수뇌부는 지원안 통과를 확신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공적 자금 투입은 있을 수 없다는 공화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빅3 경영진에게 다음달 2일까지 구제금융 투입 이후 자구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빅3 지원 최종 결정도 자구방안 제출 이후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공화당도 자구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인 조 보너 의원은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 이전 노조, 채권단, 주주들과의 협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노조, 채권단,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자구안이라면 자신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지만 빅3가 제대로 된 자구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빅3의 자구 노력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오바마, "백지수표는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빅3 구제금융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와 함께 정부가 빅3에 백지수표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인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구안 내용에 따라 빅3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며 의회가 구제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정부가 무분별하게 빅3에 백지수표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빅3 자동차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정부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별다른 경영개선책을 내놓지 못해 이들의 설득력은 떨어졌다.

또 워싱턴에 오면서 거액의 비용을 들여 전용기를 타고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와 관련, 액슬로드는 "12월초 워싱턴에 올 땐 빅3 경영진들이 뭔가 계획을 들고 '일반 여객기를 타고' 오길 바란다"며 빅3 경영진의 보다 신중한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 그래도 빅3, "반드시 살려내야"

빅3의 파산은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우선 자동차 '빅3'가 금융기관과 채권단에 진 빚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빅3가 무너질 경우, 월가가 이중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빅3 구제안이 끝내 부결될 경우, 최소 1000개 이상의 업체가 파산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전해졌다. 빅3와 이들과 연관된 부품업체, 자동차 판매상들이 연쇄 도산할 경우, 월가가 감당해야 할 채무 부실 규모도 일파만파로 커진다.

빅3 우려가 지속될 경우, 증시가 지난주 씨티그룹의 부실 여파로 만들어진 전저점을 뚫고 급락할 수도 있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빅3' 관련 채무부실 규모가 경미하며 파산할 경우에도 자동차를 비롯한 담보자산을 처분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간 등이 중개해 판매한 '빅3'의 신규 채권은 보험, 연금, 헤지펀드 등으로 넘어갔다. 가뜩이나 주가하락 등으로 손실을 입은 이들 투자자들 또한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오토론, 리스 등 자동차 구매고객에 제공한 47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도 경제위기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진 상태다. 포드가 2년전 발행한 70억달러의 오토론 채권은 액면가의 32%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시설에 납품하는 푸드체인을 비롯해 부품업체, 카 오디오 업체 등 '빅3'의 거래처들의 채무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