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자동차는 달리고 싶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1.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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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수 판매 최대 50% 격감…고환율 업계재편 등은 호재

자동차 관련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공비행중인 원/달러 환율과 '망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측면, 미래를 바라보면 현 시점을 적기로 보고 매수를 고려하는 편도 나을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는 이달 들어 장중 4만원대가 무너지는 등 25.9%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차 (105,600원 ▲2,100 +2.03%)도 지난 21일 장중 6700원까지 급락하면서 24일 오전 7240원선을 오르내리며 약세다. 이달에만 32.4% 급락세를 보인다.



쌍용차 (5,500원 ▼150 -2.65%)도 자동차업계 선두주자인 현대ㆍ기아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주당 가격이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970원선을 오르내리며 허덕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FTA 재고론 등 여파로 불안한 행보를 걷고 있다.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대당 수천만원이나 드는 자동차를 선뜻 바꾸기는 힘든 게 인지상정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머릿 속을 지배하는 마당에 자동차를 바꾸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판매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최근 발표한 수치는 -11%~-40% 이지만, 실제로는 -30~-50%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일단 먹고살 만큼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느껴진다면 억눌려진 욕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높다. 경기침체기에 바꾸지 못했던 자동차 시장을 기웃거리고, 새 차들이 전세계 거리를 활발히 오갈 공산도 커진다.

여기에 고공비행중인 원/달러 환율도 자동차 판매를 상쇄한다는 주장도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단가 오름세가 불황기를 그나마 버티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원화로 환산한 10월 자동차 수출가격이 현대차는 대당 평균 1666만원, 기아차는 1548만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11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하는 등 원화약세가 지속돼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4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내다봤다.

서성문 연구원은 국내 유가 하락과 신차 출시 가속화, 공격적인 마케팅 지속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내수도 2009년 중반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16,820원 ▲60 +0.36%) 연구원도 14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출판매 대수 감소를 만회할 수준의 수출 채산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서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저가매수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상품 경쟁력 축적과 최근 환율이 만드는 우호적 환경,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과정 등을 감안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이 서서히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날 골드만삭스와 JP모간 창구를 통해 14만2000주와 11만8000주가 순매수되고 있다. 외국계 전체 창구로는 이달 들어 2주전인 지난 14일까지 216만주가 순매도됐으나, 지난 주에는 8만2500주가 순매수되면서 외국계의 시각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신용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낙관하기 힘든 시기에 자동차주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은 섣부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울에 여름용 밀집모자를 사는 심정의 접근방식도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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