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마켓] 디플레 우려?.. 어, 아닌데

고진성 美파인리지모기은행 대표 2008.11.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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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매물가가 무려 1%나 떨어졌다는 소식은 경기불안 및 물가걱정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그나마 물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식과 함께 깊어진 우려가 '디플레이션(deflation)' 가능성이다. 소매물가가 큰 폭 하락하자 미 언론들은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처럼 요란을 떨며 또다른 재앙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음을 울린다.



디플레이션의 문제는 가격이 통제 불능으로 하락할 경우 발생한다. 경기 둔화는 실업률을 높이고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가격 하락을 유발시키고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인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흔히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같은 디플레이션의 상황에서는 아무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까지 인하해도 은행들은 대출을 꺼리게 되고 결국 경기부양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이와 같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디플레이션에 관련하여 도날드 콘(Donald L. Kohn) FRB 부의장은 지난 3~4개월전보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졌으나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하여 연준은 공격적인 조치를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콘 부의장이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향후 일정한 기간(2-3분기)동안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으로 가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수준에서 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연준의 금리정책에 관련, 디플레이션이 아예 발을 붙여놓지 못하도록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콘의 주장을 차치하고라도 미국인들의 소비심리상 "디플레이션은 절대로 발생할리 없다"는 역설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경제학자들이 아무리 일본의 장기불황사태에 견주어 불안해 하지만 미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디플레이션이란 주머니에 공짜로 돈이 생기는 것이요 "날마다 세일(sale)"인데 이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소비욕이 지나치게 왕성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의 경우 나타나는 물가하락현상은 소비침체에 따른 악순환으로 보기에는 이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지나치게 뚜렷하다.
물가하락을 주도한 변수들은 유가 및 상품가격의 폭락, 수입물가의 하락 그리고 달러 강세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상대가격(Relative-Price)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가 하락은 다른 물품이나 서비스에 비하여 하락하는 것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산유국에게는 필시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미국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용 및 소득감소와 더불어 자산가치의 하락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팁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상대가격 디플레이션이 경제전반의 디플레이션으로 파급되는 것만 조심하면 될 것이다. 향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2%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치만 존재한다면 물가하락으로 나타나는 가격충격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추가 가격하락을 기다리며 소비를 억제할 가능성은 별로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나타난 물가하락은 그동안 엄청난 물가폭등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렸던 미 소비자들에게 숨통을 트여주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연쇄반응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종전의 살인적인 물가를 연상하게 됨으로써 나중에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자제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미 소비자들로 하여금 디플레이션은 우려할 것이 아니라 이를 누리고 즐겨도 무방하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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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성 美파인리지모기지뱅크 대표는 세계 금융 중심 뉴욕에서 20여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금융및 채권 전문가입니다. 1997~2000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 미주내 부실채권을 전담했으며 이후 카발로캐피탈(이스라엘계 프라이빗에퀴티펀드) 한국대표를 역임했습니다. 2004년 현 파인리지모기지뱅크(뉴저지 포트리 소재)를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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