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APEC서 숨가쁜 정상외교 펼쳐

리마=송기용 기자 2008.1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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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APEC 참가한 주요국 정상과 잇따라 회담
- 한미일 3국 정상, 내달 초 6자회담 개최 합의
- 퇴임 앞둔 부시 대통령과 석별 정상회담 가져
- 콜롬비아, 싱가포르와도 양자 정상회담 개최

페루 리마에서 22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아소 다로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를 움직이는 21명의 정상들이 '아태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주제로 열띤 기조연설과 토론을 벌였다.

특히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정상들은 APEC 공식회의를 전후해 양자, 다자회의를 잇따라 갖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외교전에 치중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한미일, 한미 회담을 개최하는 등 십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숨 가쁜 정상외교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와 브라질, 페루 등 남미 순방으로 수행단의 체력은 바닥났지만 이 대통령의 강행군은 지속됐다.

◇한미일, 6자회담 개최 합의= APEC 정상외교의 스타트는 한미일 3국 회담이었다. 지난 2006년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3국 회담에서 정상들은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12월 초에 6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아소 총리 등 3국 정상은 북핵 검증의정서 타결과 북핵 불능화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한다는데 합의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의 공조,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와 미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3국 정상은 구체적인 6자회담 개최 날짜에 합의했지만 다른 참가국의 일정을 확인한 뒤 6자회담 개최국인 중국이 발표하도록 했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개최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 측과도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6자회담 재개에 응할 것으로 예상된"고 다음 달 초 회담 재개를 낙관했다.



3국 정상은 또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향후 국제금융체제 개선과 무역 자유화 등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MB,부시 대통령..고별 정상회동 =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양자 회담이 개최됐다. 내년 1월 부시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열린 석별 성격의 정상회담이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두 분이 앞으로 공식석상에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번째로,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3차 정상회담 이후 3개월 여 만에 열린 것이다. 10년 만에 출범한 보수정권인데다 이념과 성향이 유사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정상은 회담 내내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줘 고맙다, 퇴임 후에도 한국에 들러 달라"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좋은 친구를 만나게 돼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문제, 금융위기 공조방안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미 FTA. 우리 측의 연내 선비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미 민주당 정부가 인수인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세션' 기간 중 미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가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한미 FTA 비준을 지연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회에 자유무역에 대한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경제적 도전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자유무역에 대한 반발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며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나는 대북 강경파가 아니라 북한을 바로 대하려고 하는 것이고, 북한이 (남측에 대한) 자세를 바꿔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북한이 한미 동맹관계를 시험하려 할지 모르지만 한국과 미국의 공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콜롬비아와 FTA 체결 논의= 이 대통령은 콜롬비아, 싱가포르 정상과도 개별 회담을 가졌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한-콜롬비아 FTA 체결을 긍정 검토키로 했다. 양국 정상은 콜롬비아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할 경우 성공적 경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금융선진국인 싱가포르와의 글로벌 금융위기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한 뒤 양국이 국제금융위기 극복과 보호무역주의 대두 방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내년 6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리센룽 총리를 초청했고 ,리센룽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싱가포르가 금융안정화포럼(FSF) 회원국인 점을 감안해 우리의 FSF 가입 추진 과정에서 협조해줄 것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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