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연저점 붕괴를 감내하면서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1.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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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구조조정시 실물과 금융 악순환 끊어질 것

S&P500지수가 마침내 2002년 10월 저점 밑으로 떨어지며 97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씨티은행 주가는 연일 -20%대 폭락세를 이어갔다. CDS(크레딧디폴트스왑) 금리도 4%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도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변동성 폭등도 수반됐다. VIX(S&P500 변동성지수)와 VXN(나스닥 변동성지수)이 종가기준 처음 80%대로 올라섰다. 엔화 강세도 지속됐다. 엔/달러 환율은 93엔대로 떨어졌고 엔/스위스프랑 환율은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CRB상품지수도 나흘째 연저점 경신행진을 이어갔으며 미국채 수익률 하락도 멈추지 않았다.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 리더십 부재 현상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자동차 빅3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구제금융 2차 집행도 차기정부로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미증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기 시작한 코스피지수 연저점(892.16) 지지 기대도 접어야 할 정도다.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17.8%나 급락하며 1997년 IMF구제금융 결정 직전의 9거래일 연속 -25.5%의 기록을 위협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1517원까지 폭등하고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트리플약세 현상이 펼쳐질 정도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에 비추어 위기가 쉽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경기가 이미 디플레 국면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1920년대의 미국 대공황,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기에 발생했던 경기상황으로 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경제현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면 신용경색과 소비둔화에 따른 기업과 금융권의 어려움이 체계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금리인하를 포함한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과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재정정책이 글로벌 공조를 통해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종말론의 현실화를 속단할 이유는 없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산정리를 통한 디레버리지의 방어가 미흡한 상황이지만 시장 충격이 커질 수록 정치권의 행보도 빨라질 수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규모 금융위기나 대공황 등 극단적인 악재를 경험한 이후 시장이 학습효과를 통해 대응능력을 키워왔고 FRB 등 글로벌 금융당국이 리플레이션 정책 중 두 가지(금리인하 등 유동성 지원 및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를 이미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는 어느 정도 이어지더라도 이를 넘어 과거 대공황과 같은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과거 경험상 경기선행지수가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이후에는 경기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 강력한 주가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구한다. 자산버블 시대에 공급과잉이 축적된 부동산과 건설, 그리고 중국의 고성장을 겨냥해서 공급이 집중된 신설조선과 한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돼야 유동성 지원이 실물과 금융시장의 악순환을 끊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팀장은 "90년대 일본이 재정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실패한 이유는 재정지출 확대와 구조조정을 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부분적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중간단계인 내년 1분기 이후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외국인의 주식매도는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신흥아시아 증시에서 여전히 자금을 회수 중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경우 헤지펀드 청산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처분하고 나가야 하는 매물을 계속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자본시장의 수급 불안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연기금이 연저점 전후로 다시 힘을 쓸지 여부도 관심사다.
비록 13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9∼10월과 달리 순매수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는데 900선에서도 방관자세를 보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비록 주가 하락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배당 메리트가 높아진 점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평균 배당수익률이 2.0% 정도였지만 최근 지수가 급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2.9%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3%에 가까운 배당수익률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저점 신뢰도가 약하고 미국 경기 및 소비부진 등 외부환경이 취약한데다가 환율 불안까지 겹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하락세를 보인 시점에서 반등 시도가 있을 경우 회복세도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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