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IPTV' 놓고 '속앓이'

신혜선 기자 2008.11.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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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 SKT 유·무선 결합전략과 미묘한 입장차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TV(IPTV) 사업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쟁사인 KT는 17일부터 실시간 IPTV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SK브로드밴드는 아직 지상파방송사와 콘텐츠 협상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모회사인 SK텔레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IPTV는 KT보다 앞선다"라고 자부했던 SK브로드밴드였지만, 지금은 '이대로 가다간 KT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KT처럼 주도적으로 IPTV사업을 밀어붙일 수 없는 입장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의 고민은 IPTV 사업 그 자체가 아니라 IPTV사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유·무선 결합시장을 확대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와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SK텔레콤은 유·무선 결합시장에서 시장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좀더 안정적으로 확보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비교하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무려 2배 이상 차이난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이 격차를 좁혀야 유·무선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 묶어두기'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견인한 후에 IPTV 서비스를 묶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계기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지난 연말에 비해 15만명이 순감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를 만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단 유·무선 결합전략이 아니어도 SK텔레콤은 KT 주도의 IPTV '판'에 SK브로드밴드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KT가 주도하는 IPTV 시장이 탐탁지 않다. 특히 KT가 MBC와 체결한 가입자당회선비용(CPS)나 지상파방송사별로 지원한 펀드액도 SK브로드밴드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KT는 지상파방송사별로 콘텐츠 제작펀드에 200∼25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가 대표성을 갖고 협상을 진행했다면 먼저 통신업체들과 지원규모에 대해 상의했어야 한다"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KT에 끌려다니기도 싫고 콘텐츠 확보비용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을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룹 내부 사정이나 지상파와 협상 분위기 등 바깥 사정 모두 SK브로드밴드로선 순탄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안할 수도 없는 게 SK브로드밴드의 딜레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래 저래 조건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 경쟁이 미디어 경쟁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한데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게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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