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와 제로금리, 당신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1.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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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의 마켓플로]

최근 1년간 S&P500지수의 시가총액은 6.69조달러나 증발했다. 이는 직전 약세장인 2000~2002년동안의 시가총액 감소(5.76조달러)보다 1조달러 가까이 많다고 S&P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S&P500 종가는 806.59로 2003년3월12일 이후 가장 낮았다. 또 가장 최근의 약세장 저점인 776.76보다 불과 4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날도 장막판 매물이 집중되며 증시가 지지선을 잃었다. 10월 생산자 물가에 이어 소비자물가까지 61년만의 최대 감소세를 보이자 장기간의 추세적인 물가 하락을 나타내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투매'를 불렀다.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나 있었던 디플레가 이번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가능하다는 불안감이 전세계 증시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상품 가격, 자산 가격이 수년간 하락하는 상황에서 증시 저평가,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고개를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폴 패럴은 미국 경제가 2011년까지 닷컴버블 붕괴 때와 유사한 대공황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30가지 이유를 들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이날 공개한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의사록에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위원들은 대부분 경기위축(contraction)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경기 하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지난달 신규 주택착공건수는 역사상 최저를 기록하며, 디플레 공포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79만1000건을 기록, 통계가 시작된 195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금융위기가 미국 유럽을 거쳐 신흥국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염되는 가운데 경기침체도 국경없이 세계화되는 흐름이다.


침체가 깊고 장기화되면 디플레 공포는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국제유가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반영해 배럴당 5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미 침체를 막기 위해 공조체제에 나섰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정부가 경기부양안을 확대 실행하기로 뜻을 모았고, 미국부터 유럽 남미 아시아 중동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들은 파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이마저 모자라 연준은 이전에 받지 않던 담보를 받고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있으며, 은행들에게 시중 대출에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다.

급기야 미연준의 기준금리가 머지않아 제로(0)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현금리는 1.0%로 역사적 최저다. 지난달 29일 1.5%에서 1.0%로 내렸다.

JP모간은 이날 디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준이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12월16일과 1월28일 두 차례 정례 회의에서 각각 금리를 0.5%포인트씩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로 금리는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이 유례없이 제로 금리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디플레 방어를 제시했다. 페롤리는 실업이 늘어나고 은행들이 대출을 자제하면서 소비시장의 숨통이 막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페롤리는 "기준 금리가 제로로 떨어지면 연준에게도 부담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더이상 동원할 무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연준은 제로 금리 조치 이후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을 보다 공격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금리를 0.3%로 내렸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추가적인 인하가 확실시된다. 영국 중앙은행(BOE)까지 제로 금리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대응은 금리인하로 불어난 통화량이 수요를 자극시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고, 점진적으로 디플레를 고칠 수 있다는 시카고학파류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통화량이 늘고 있는데, 경기가 별 자극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시중 은행들은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지원에도 대출을 삼가고 있다. 자신들이 더 배고프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로 금리로 간다고 한다. 글로벌 금리인하에 의지해야할까 아니면 오기 힘들다는 디플레 공포에 동조해야할까. 과연 당신의 선택은. (서비스와 품질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유명 정유회사의 광고처럼 광풍이 몰아칠 때의 투자 선택 역시 힘들다.)

당장 제너럴모터스(GM) 구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갑자기 수면위로 부상한 씨티그룹 (0원 %)의 유동성 불신은 새로운 실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터질 게 조금 늦게 터진 문제인지도 검증해야한다. 휴렛 팩커드의 '깜짝 실적'의 기억 속에서 델이 이날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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