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도 담뱃값…"역발상 최적기 아닐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1.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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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GM 이어 씨티도 담뱃값..업종 대표주 순환 폭락
-경기침체 넘어 디플레 위험도 반영중
-부양 공조로 최악 시나리오 가능성 낮다 지적도..주택도 긍정적 시그널

씨티그룹이 19일(현지시간) 1987년10월 블랙먼데이 때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22.8% 급락하며 6.45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저가매수가 유입, 1.4% 올랐다.
미증시는 씨티그룹의 역사적 조정에 제너럴 모터스(GM)가 정부 지원이 공화당과 여론의 반대로 힘들 것이라는 우려로 9.7% 급락하자 지지선을 잃었다. 다우지수는 8000선을, 나스닥지수는 1400선을 이탈했다. S&P500은 807까지 하락, 800선이 위태롭다.



섀퍼 투자 리서치(Schaeffer's Investment Research)의 토드 세일러몬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신용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를 동시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부터 일반 제조, 항공기 산업까지 망라하는 포트폴리오를 지닌 GE는 10% 하락하며 14.45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미국의 위기는 세계 경제의 위기다.



5년만에 다우지수가 8000선 아래로 밀린 것을 보고 일부 투자자들은 '역발상'을 본능적으로 떠올리고 있다. 역발상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제조업 1위인 GM, 보험 1위 AIG에 이어 은행 1위인 씨티그룹까지 주가가 담뱃값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것은 '최악은 지났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도 최악을 지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변동성이 높겠지만 바닥은 멀지 않았다."

↑ 다우지수 추이↑ 다우지수 추이


◇디플레 공포는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위기가 짧은 경기침체, 모기지 버블 붕괴라는 단편적인 악재를 반영한 게 아니라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보다 긴 침체, 침체를 넘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구조적인 공급 과잉에서 출발하는 디플레는 제품 가격 하락, 대량 실업, 소비의 추가 위축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디플레를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풀고, 소비 진작책을 내놓지만 구조적인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디플레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의 부동산 침체와 GM의 몰락을 보면 디플레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10월 주택착공 건수는 사상최저였다.


연준(FRB)은 최근 회의에서 지난 10월 생산자물가에 이어 소비자물가까지 61년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디플레 위험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다.

주요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디플레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가가 이전에 비해 싼 것은 사실이지만 반등이 빨리 찾아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일 뉴욕증시의 막판 급락 배경에는 디플레 공포가 있었다.

◇바닥 확인 전에 추가 조정 가능
제프리&Co.의 아트 호간 수석전략가는 "씨티그룹은 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씨티의 사업 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연준 스스로도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보았다. 장밋빛 전망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론 GM의 구제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의 하워드 실러브라트 수석 애널리스트(인덱스 담당)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현금을 찾아가면서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가격이 싸지만 주식을 사려하지 않고 숨을 곳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패트릭 뉴포트는 "최근 일련의 경기지표는 충격 그 자체"라며 "턴어라운드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 알 수 없다. 금융시장 개선은 내년 중순께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시점까지 추가로 20%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 위치한 아이디어글로벌의 맥스웰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인플레와의 싸움은 거의 없다"며 "연준이 안고 있는 유일한 현실적 걱정은 경기침체 위험"이라고 말했다.

↑ 씨티그룹 추이↑ 씨티그룹 추이
◇자동차 구제가 단기 변수
위기의 자동차 산업을 보고 투자자들은 더 절망하고 있다. 포드는 하루만에 시가총액의 4분의 1(25%)이 증발했다. 종가는 1.26달러. 자동차 구제법안이 의회를 넘지 못하면서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LA에 위치한 벨 에어 투자자문의 토트 모간 수석 운용책임자는 "신뢰의 위기가 전면에 복귀했다"며 "분위기를 바꾸려면 상당한 강도의 촉매제가 필요하다. 지금 의회에서 오가는 자동차 구제 논쟁은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에 있는 존슨 일링턴 자문의 애비게일 두리틀 펀드매니저는 "자동차 파산은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면 경기회복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주택시장 착공건수가 역대 최저로 하락한 것을 두고, 악성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였다. 전미부동산중개인연합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착공건수가 최저라는 것은 당장은 건설경기의 침체를 대변하지만 팔리지 않는 집들이 정리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재고가 늘어나는 게 더 걱정이다. 건설업자들이 건설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를 반영해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는 시점에서 디플레 공포가 어김없이 찾아왔다는 견해도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실물경기가 침체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주가가 폭락하면 매번 나오는 얘기가 일본과 같은 디플레 위험이었다"며 "주요국들이 침체를 막기위해 공조체제를 가동한 만큼 최악의 디플레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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