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마이웨이식 위기 대처법' 눈길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11.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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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인 대우건설 (3,960원 ▼55 -1.37%)이 '마이웨이식'으로 금융위기를 돌파해 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달 초 대한주택보증에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을 신청했다. 회사는 지방 미분양주택 1770가구, 약 1000억원 어치를 신청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인 500억~600억원 정도가 주택보증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10대 대형 건설사 중 미분양 매입을 신청한 것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그간 정부 지원책이 나오면 대형 건설사들이 묵시적으로 손발을 맞춰온 점을 감안하면 다소 돌발적인 행동이다.

다른 대형사들은 공정률 등 주택보증의 매입 조건에 맞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매입 신청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500억원을 융통할 수 있는데 신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5000가구의 미분양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또 현 경영 상황을 외부에 솔직하게 공개해 애널리스트로부터 호평을 사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문의가 오면 기업 내용을 소상히 알리는 편이어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놀라기도 한다. 이 역시 괜한 소문에 휩싸일까 외부에 공개를 숨기는 건설업계의 최근 풍토와는 차별화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유동성 문제와 관련, 약 4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3월 대한통운 유상감자로 들어오는 8600억원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차입금을 2조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정관지구에 있는 500억원 규모의 보유 토지를 정부에 매각하고, 회사가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주택 500가구, 약 600억원을 회사채 유동화에 사용할 방침이다.

물론 이렇게 현금흐름을 공개하면 일부 금융권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상환하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대우건설의 한 임원은 "요즘 같은 시기에 무언가 숨긴다고 해서 감춰지는 게 없다"면서 "오히려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무작정 숨긴 회사들이 어렵다는 소문을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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