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은 녹색성장의 '안전판'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8.11.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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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코리아]2부 차세대 에너지를 잡아라 <4-1> 해외 자원개발

유정준 SK에너지 사장은 요즘 한 가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미국 소규모 유전보유 업체들이 잇따라 매각의뢰서를 갖고 유 사장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20~30%, 많게는 절반 이상 값을 낮춘 유전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에서 유전 개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유 사장 입장에선 탐이 나는 매물도 많다.

유 사장은 하지만 선뜻 매각에 나서기 보다는 내년 상반기까지 여유를 갖고 기다려볼 생각이다. 시장 상황이 급반전 되지 않는 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물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 차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 전체 입장에서도 분명 호기다.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의 유전을 해외에 팔아버린 국내 자원개발 업계는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유전과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런 과거의 경험 때문에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의 기본이 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자원개발 계획을 포함시켰다.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을 현재 4.2%에서 2030년까지 4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더한 통제가능 에너지 비중도 2007년 27.5%에서 2030년 6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석유·가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화석 연료로, 이에 대한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게 저탄소 녹색성장과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기 전까지 화석연료가 기본 에너지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며 "따라서 화석에너지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이 없이는 신재생 에너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화석 연료의 자주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우선 석유공사ㆍ광업진흥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울 생각이다.



지식경제부는 2012년까지 약 19조원의 자금을 투입, 석유공사를 1일 생산량 30만배럴 수준의 석유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광업진흥공사도 2020년까지 자산규모 6조원의 세계 20위 광물 메이저로 키울 계획이다.

이와 관련 광업진흥공사는 지난 13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자원개발 CEO 포럼에서 해외자원개발 중심으로 기능을 개편하고 법정 자본금을 증액해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스공사는 10년간 직접 및 간접투자(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방법으로 10조원을 투자해 2017년 액화천연가스(LNG) 850만톤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자주개발비율 2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력은 자원개발팀을 자원개발처로 확대하는 등 자원개발 조직을 강화해 2012년까지 연간 1326만톤의 발전용 유연탄을 자체로 개발하고 유연탄 자주개발률 20%를 달성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자원개발 사업의 성격상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밝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도간과할 수 없다.



민간 부문 자원개발 사업은 외환위기 이후 일본 종합상사를 벤치마킹 해 사업다각화에 나선 국내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G상사 SK네트웍스 현대종합상사 등이 대표적.

이와 함께 SK에너지 GS칼텍스 포스코 등이 자체 수요를 위해 석유와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표적으로 미얀마 A-1, A-3 광구를 개발중이다. 가채매장량이 14억배럴로,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까지 시설공사를 마무리하고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와함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채매장량은 1억2500만톤으로 2010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상사는 97년 참여한 오만 8광구와 부카 생산가스전에서 현재 하루 900배럴 규모의 콘덴세이트와 700배럴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PG)를 생산하고 있다.

LG상사는 또 제2의 중동지역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유전탐사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우 비철금속 등 전략 아이템을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 현재 약 6조원 가치의 광물 자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6월 오는 2014년까지 확보 자원 가치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5월 중국 5대 구리기업인 북방동업의 지분 45%를 인수했다.

삼성물산은 석유공사와 함께 지난 1월 미국 테일러에너지사의 멕시코만 유전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농장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 확보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1983년부터 석유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해 온 SK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17개국 32개 광구사업에 참여 중이다.

SK에너지는 2015년까지 보유 원유 매장량을 10억 배럴까지 확대해 2016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에너지 자주화 비율 20%’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이를 위해 △핵심개발지역 역량 집중 △석유개발사업을 위한 해외네트워크 강화 △사업영역·형태 다변화 △인력확충 및 기술력 확보 등 4가지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자원개발 사업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확보가 쉽지 않아 신규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규모 업체에겐 분명 호기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업체들은 기존 광구조차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는가 하면 경영권 양도를 조건으로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유전개발 펀드, 보험, 성공불융자 등의 지원제도가 원취지에 맞게 시행돼 자원개발 금융조달에 실효적인 도움이 돼야 하며 △사업개발 능력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고 △해외자원개발 투자 세액 공제 대상 및 비율을 확대(3%→7%)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정준 사장은 "중소 규모의 국내 업체들이 어렵게 확보한 유전을 헐값에 외국기업에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적극 활용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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