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멜라민 2중고 '식품업계 적자투성이'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11.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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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오리온·대상 등 적자전환… 빙과업체 선전 '대조적'

-CJ제일제당, 오리온, 대상 등 순이익 기준 적자전환
-빙과·제과업체는 제품가격 상승으로 방어… 好실적

식품업체들이 멜라민 파동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3/4분기에 눈물을 삼켰다. 특히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의 특성상 환율 상승분은 곧바로 손실로 이어졌다.

곡물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환율은 종잡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이물질 파동부터 멜라민 사태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발목을 잡았다.



식품업계의 맏형인 CJ제일제당 (310,500원 ▼11,500 -3.57%)은 3/4분기에 7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25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무섭게 치솟아오른 환율 때문에 환차손이 900억원에 달했던 것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0% 늘어 9552억원을 기록했지만 남는 게 없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여도 환율이 1400원대라 연초 대비 40%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웰빙 브랜드 '닥터유'의 히트에도 불구하고 바이더웨이 매각 관련 배상액으로 260억원이 발생하면서 1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 리스트에 올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 85%씩 증가해 각각 1391억원, 76억원을 기록했다.



대상 (20,400원 ▼150 -0.73%)은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각각 3%, 7%씩 줄어 2361억원과 129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68억원으로 역시 적자 전환했다.

라면업계 선두주자 농심 (382,000원 ▼4,500 -1.16%)의 이익 폭도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어 83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라면가격을 올리면서 몸집만 커졌을 뿐 당기순이익은 81%가 줄어 46억원을 기록했다.

농심 (382,000원 ▼4,500 -1.16%)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200원 정도 늘어났지만 소비자 가격을 100원 올리는데 그쳤다. 마른 수건을 짜듯 조직 혁신을 하고 있지만 이 정도 실적은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충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곡물가격 등이 안정되면서 4/4 분기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대체 얼마나 개선되느냐가 문제"라며 "좀처럼 내년 사업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식음료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빙과업체들은 제품가격 인상과 지난 여름 무더운 날씨 덕분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유지원유 값이 50%이상 폭락해 원가부담도 줄었다.

빙그레 (63,700원 ▼1,400 -2.15%)는 3/4분기 매출액 1928억원, 영업이익은 303억원을 기록해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28%씩 실적이 향상됐다. 순이익도 34% 늘어 23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삼강 (311,000원 ▲6,500 +2.13%)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9%, 28%씩 늘어 1399억원과 16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1% 늘어난 14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삼강 관계자는 "다른 식음료업체들과 비교하면 실적이 좋은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내년 상황이 안 좋을 것 같아 경비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25,000원 ▲650 +2.67%)도 껌과 캔디류는 정체를 보였으나 빙과류 매출이 20% 이상 늘면서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늘어 35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4% 늘어 372억원, 순이익도 8% 증가한 388억원을 기록했다.

크라운제과 (5,950원 ▲40 +0.68%)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 55%씩 늘어 790억원과 5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85% 증가해 50억원을 거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 등 원재료를 직접 수입해오는 업체들은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울었지만, 원자재값 상승분 이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시킨 빙과·제과업체들은 오히려 웃었다"며 "4/4분기에도 최대 변수는 환율"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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