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고민 끝에 '반토막' 펀드를 환매하려고 은행을 찾았다. 창구 직원은 펀드 환매를 하더라도 다른 상품에 가입하라고 끈질기게 설득하고 나섰다.
이 은행원은 "연말 실적이 말이 아니다"라면서 "좀 봐달라"고 통사정했다. A씨에게 사은품까지 안겨주며 고금리 정기예금 가입을 추전한다. 펀드 환매 고객이 속출하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한 은행원은 "휴대폰의 녹음기능을 익힌 후 상담내용을 몰래 녹음해가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펀드를 환매하지 말라고 했다가 나중에 수익률이 더 떨어지면 덤터기를 쓸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은행원은 "고객이 약관을 보자고 하면 일단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면서 "창구로 찾아와 계속 항의를 하니까 '반쪽' 펀드를 은행원이 명의이전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펀드투자 손실로 '속앓이'를 하는 것은 은행원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고객들 이상으로 펀드 가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3개 이상은 보통이고 지점에서 펀드캠페인을 벌였다면 5개 이상 가입한 경우도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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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원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가족까지 들거나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먼저 가입하는 은행원도 많았다"면서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주가 오르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