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신의 리더십을 보여줘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08.11.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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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영화 속 경제이야기/<딥 임팩트>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232년 역사는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바마, 당신의 리더십을 보여줘


오바마의 당선으로 화제가 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개봉된 <딥 임팩트>(원제 : Deep Impact 감독/미미 레더 출연/로버트 듀발, 테이어 레오니, 일라이저 우드, 모건 프리만 등)다. 당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 속에서 흑인 대통령이 처음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됐다. 1933년 <루퍼스 존스를 대통령으로>(Rufus Jones for President)라는 영화가 최초다. 21분 분량의 이 영화는 아홉살 흑인 소년이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을 담은 뮤지컬 영화다.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75년만에 오바마가 현실에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장편영화로는 1972년 <더 맨>(The Man)이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사망, 부통령의 병세 악화로 인해 흑인 상원의장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것이다.



2003년 작 <헤드 오브 스테이트>(Head of State)는 <비버리힐스 캅2>로 데뷔한 크리스 락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로 평범한 흑인 시의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기까지, 선거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멋진(?) 흑인 대통령은 <딥 임팩트>의 모건 프리만이다. 모건 프리만은 미국의 한 영화관련 사이트에서 ‘영화 속 가장 멋진 대통령’ 설문에서 <에어포스 원>의 해리슨 포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혜성과의 충돌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재난영화


14살의 리오 비더만(일라이저 우드 분)은 어느 날 천체 망원경으로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이 혜성의 궤도를 분석한 결과 1년 여 후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1년 후 야심에 찬 방송국 여기자 제니 레너(테이어 레오니 분)는 부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재무장관이 사임한 것에 의혹을 품고 취재를 하다가 그의 비서로부터 ‘엘리’란 이름을 듣고, 섹스 스캔들을 우려한 사임으로 추측한다. 집요한 추적을 계속하던 중 그녀는 대통령 톰 백(모건 프리만 분)이 소집한 비밀회의에 불려가게 되고 그녀가 ‘엘리’란 기밀사항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대통령으로부터 공식발표 전까지 함구한다는 조건 하에 백악관 공식발표에서 첫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통령까지 나서 함구를 요구해 엘리에 대해 조사를 하던 제니는 엘리가 여성의 이름이 아닌 인류 종말 대사건(E.L.E : Extinction Level Event)을 칭하는 국가 암호임을 알게 된다.

톰 백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1년 전 발견된 이 혜성은 현재 지구와 충돌궤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크기는 7마일로 뉴욕시 크기에 무게는 5000억톤에 달하며 충돌 예상은 8월16일, 지점은 대서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비해 미국은 러시아와 합작으로 지난 8개월 동안 우주선 메시아호를 제작, 2개월 뒤 우주로 쏠 계획을 세운다.

전역 우주 비행사 키니(로버트 듀발 분)의 지휘로 혜성을 폭파해 궤도를 변경하라는 임무를 받은 메시아호.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혜성의 핵폭발이 행해지지만 혜성은 6마일, 1.5마일짜리로 두조각이 났을 뿐 궤도변경은 일어나지 않고 3시간 차로 지구를 향한다.



대통령 톰 백은 혜성 공격 실패를 알리며 마지막 인류 생존의 계획을 발표한다. 미주리주에 비밀리에 건설한 지하요새. 이 요새는 100만명을 2년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전문인력 20만명과 일반 국민 80만명을 8월10일 무작위 추첨한다. 이른바 신 ‘노아의 방주’인 셈.

작은 혜성은 대서양에 떨어져 미 동부를 휩쓸고 이어 지구 멸망을 초래할 대형 혜성이 떨어질 것만을 대책 없이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메시아호는 남아있는 핵탄두 3개와 함께 대형 혜성의 갈라진 틈으로 돌진해 혜성을 폭파시키고 지구를 구해낸다.

<딥 임팩트>는 로버트 듀발, 모건 프리만 등 화려한 배역진과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참여한 드림웍스의 작품이라는 점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촬영이 끝나갈 쯤 실제로 지구와 충돌이 가능한 혜성이 발견돼 더욱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동일한 주제의 재난 영화 <아마겟돈>(Armageddon)에 밀려 흥행에는 그리 성공치 못했다.

◆믿을 수 있는 리더십 요구되는 오바마

오바마, 당신의 리더십을 보여줘
오바마의 당선과 관련 다른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 영화보다 <딥 임팩트>가 더 화제를 모은 이유는 뭘까? 모건 프리만이 맡은 톰 백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떤 영화보다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딥 임팩트>의 모건 프리만은 침착함으로 믿을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주는 대통령 역을 선보였다. 흥분이나 지나친 기대를 표현하지 않았고, 절망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지도자상을 보여줬다.



아마도 오바마와 모건 프리만을 비교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커다란 충격을 받고 위기에 처해있다. 많은 재난 영화의 대통령처럼 오바마가 직접 나서서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믿을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미국에서 시작된 전 세계 경제위기는 미국을 시작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딥 임팩트>의 모건 프리만이 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리더십으로 미국을 구한 것처럼 오바마가 금융위기로 무너진 미국의 경제를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딥 임팩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탐 백 대통령은 복구작업을 시작하면서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말한다. 우리 경제도 분명히 ‘희망’이 있다.



◆지구 종말 당신이 함께 할 사람은

<딥 임팩트>가 임박한 순간, 즉 혜성과 지구의 충돌이 눈앞에 다가온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볼 수 있다. 선택을 받은 제니는 자식과 함께 있겠다는 선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아버지와의 사랑을 다시 찾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겠다고 결혼까지 한 리오는 결국 사라에게 돌아오고, 사라의 부모는 또 다른 어린 자식을 사라에게 맡기고 서로에게 의지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메시아의 선원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혜성으로 돌진해 지구의 종말을 막는다.

스피노자는 ‘내일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했다. 과연 당신은 지구 종말의 바로 당신 눈앞에 있다면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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