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띵호와'…외국인은 '긴축 또 긴축'

전현기 우리은행 소주지점 부장 2008.11.2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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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전현기의 차이나 리포트/위안화 상승이 만든 소비풍속도

중국인은 '띵호와'…외국인은 '긴축 또 긴축'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화폐가치가 미 달러화에 비해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두 나라는 강세를 보이거나 이전의 환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가치가 하락한 다른 나라의 화폐와 비교하면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위안화의 급작스런 가치 상승으로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과 중국인들의 생활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데, 특히 중국인들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위안화 상승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먼저 요즘 가장 큰 변화를 보면 중국 내 고급 명품의 구매가 줄어든 대신 명품 구매를 위한 해외 원정이 늘었다. 중국 내 명품샵의 상품들은 기존 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어 위안화 가치의 급상승 효과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 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국이나 홍콩에 여행가서 명품을 구입하는 게 훨씬 남는다는 얘기다.

요즘 중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해외여행 다닐 만 하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한국의 면세점에 가니 물건이 상대적 저렴하게 느껴져 쇼핑을 마음껏 즐겼다고 얘기한다. 관광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전에는 한국의 음식과 물건들이 비싸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만족스러워 한다.



◆위안화 강세로 한국 원정 성형 인기

중국인은 '띵호와'…외국인은 '긴축 또 긴축'
중국 여성들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 중의 하나가 성형외과다. 한국의 성형외과 수준이 최고라고 들어온 데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안방을 점령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배우들의 외모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상하이와 베이징의 번화가에 소재한 성형외과에서는 '한국 의사 직접 시술' 이라는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성형외과에서의 시술비용이 한국 원화 하락으로 중국에서의 비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더욱 인기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조금 넘는 비용으로 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으니 이미 발 빠른 일부 여행사들이 그러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의 자동차 구매전략도 요즘 들어 많이 변했다. 최근 중국 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고급 수입자동차의 구매를 늦추면서 자동차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수입자동차의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한국도 고급 수입차의 가격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비싸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그보다 더 비싸게 받는 나라가 중국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대형차와 고급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수입 고가 차량이 도로에 넘친다.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주요 대도시의 도로를 지나다가 벤츠나 BMW가 많은 것을 보고 이렇게 묻는다. “중국에 인구가 많으니 부자도 많다고 하더니 정말로 부자가 많은가 보군요?”

그럼 나의 대답은 이렇다. “ 예, 부자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기 소득수준에 비해 비싼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중국에 부자가 많기도 하고, 경제발전으로 덕분에 계속 돈 많은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이러한 고급 외제차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중국인의 체면중시 문화다.

중국내 대도시에서 한국 돈으로 3억~4억원 정도하는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을 가보면 10대 중 한두대는 벤츠나 BMW이고, 렉서스나 아우디 등이 즐비하다. 또 거래처의 중국 사장들을 만나보면 회사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차량만큼은 한국의 재벌 회장님 차량보다 비싼 차를 몰고 나오는 것을 보면 그들만의 자동차 문화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러한 중국인의 자동차 과소비문화가 위안화 환율절상과 경기 침체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위안화 강세 여파로 수입차 가격까지 오르자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진 것이다.



◆중국 내 외국인은 고달프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생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본국에서 자국통화로 급여를 받거나, 중국 현지통화인 위안화로 급여를 받던 간에 상대적으로 중국 물가가 오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한국 교민들의 경우 지난해 환율로 1200원 정도 하던 택시 기본요금이 원화가치 하락으로 최근에 2000원을 넘게 되자 택시를 타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 또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일반 대중식사의 가격도 보통 한국 돈 6000원이 넘으니 이제는 많은 분들이 외식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유학생 숫자도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가운데 급등하는 위안화의 가치를 누리고 있는 중국인의 자존심은 더 세지고, 중국인의 가슴깊이 자리 잡고 있는 중화주의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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