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실수로 수능 망쳤다면… 누구 책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1.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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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가가 위자료 배상해야… 재수 비용은 제외"

수험생이 감독관의 실수로 쉬는 시간에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는 바람에 다음 교시 시험을 망쳤다고 한다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2007학년도 수능시험 감독관이었던 김모 교사는 수험생 홍모군(19)의 답안지에 확인날인을 하다 결시자 확인란에 도장을 잘못 찍었다.



김 교사는 이를 뒤늦게 알고 3교시 시험 뒤 쉬는 시간에 홍군을 고사본부로 불러 답안지를 재작성하게 하고 4교시 시험 전 돌려보내 나머지 시험을 치르게 했다.

홍군은 평소 모의평가에서 전과목 1등급을 받으며 서울대 의과대학에 진학하려 했으나 이날 시험 4교시 4과목 가운데 2과목에서 2, 3등급을 받았다.



예상보다 낮은 성적에 홍군은 결국 재수를 하게 됐고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을 망쳤다며 국가와 김 교사를 상대로 위자료와 재수 비용 등 43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최철민 판사는 이 사건에서 "국가가 홍군에게 위자료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교사가 감독 주의를 다하지 않아 홍군이 답안지를 재작성해야 했다"며 "이것이 4교시 시험에 영향을 미쳤고 홍군이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미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 교사가 고의로 감독 임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므로 김 교사의 배상 책임은 없고 그를 고용한 국가가 대신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답안지를 재작성하지 않았다면 홍군이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재수 비용까지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2004학년도 수능시험 2달 전 공사현장 인근을 지나다 다리를 다친 이모씨(당시 18세)가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수험생의 실력 발휘에 영향을 주는 사고의 경우 치료비 외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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