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대, 中경기부양 그리고 피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1.10 11:52
글자크기

[김경환의 투데이]

지난 주말동안 굵직 굵직한 국제 경제 뉴스들이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대 정책 아젠다를 밝힌데 이어 중국이 775조원(4조위안) 규모의 특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2가지 '빅 뉴스'는 전세계 경제 및 증권시장에 분명한 호재다. 특히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부양 급선회는 인접국인 한국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4조위안을 투입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투자자금은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사회복지시설 건설 등에 주로 쓰인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1000억위안을 우선 투입한 뒤 내년 지진피해 재건 등에 200억위안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8000억위안 규모의 증시 안정 기금 마련도 추진 중이다. 중국이 이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이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 출장길에 올랐다 중도에 급거 귀국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위협이 낮아졌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내수 진작책은 한국 경제에 분명한 호재다.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에게는 불황을 이길 돌파구가 마련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당선인은 7일 긴급 경제참모 회의를 소집하고 난후 첫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제 정책 과제로 △ 중산층 구제 △ 금융위기 해소 △ 금융구제책 이행 점검 △ 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을 제시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회견 서두에서 "지난 10월 실업률이 6.5%에 달하는 등 실물 경제가 악화되고 있어 2차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은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실물경제 전이로 시름하고 있던 전세계 경제 및 증시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는 차기 오바마 행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틀 간의 급락세를 종료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뒤이어 10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증시의 '최악의 위기' 국면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하게 담았다.

10월 미국의 실업률이 전월 6.1%에서 6.5%로 치솟고 비농업부문 고용이 24만명 감소하며 2개월간 50만명 이상이 일자리가 줄어든 점은 큰 부담이다. 그러나 증시는 이러한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틀간 낙폭이 이미 침체 우려를 반영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반등에 성공했다. 실업 지표로 증시의 큰 낙폭 우려가 씻기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벌써 12~18개월동안 지속돼왔지만 실물 경제 침체는 바로 지금이 시작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내년 1~2분기까지 미국 경제를 비롯한 전세계 경제는 동반 침체를 겪을 전망이다. IMF가 미국, 일본, 유럽에 대해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

JP모간 프라이빗뱅크의 스튜어트 슈와이처 글로벌 시장 투자전략가는 "증시는 당분간 질퍽한 바닥 과정을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상하 등 방향으로 큰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분간 안전 위주의 투자를 하는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오바마 당선인의 향후 신용시장 해법을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누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할지 여부에 대해 주목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재무장관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며칠내가 아니라 몇주내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아직 우려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기 전에 증시는 바닥을 치고 분명히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당분간은 아니라는게 대세다. 투자자들에게 아직까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한국 증시에 또 다른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나왔다. 영국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 증시의 긍정적 분위기를 일순 날려 버린 것이다.

피치는 지난달 21일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등급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불과 20일만에 말을 바꿨다. 물론 17개 이머징 신용등급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이지만 자칫하면 내년 4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한국 증시는 피치보다는 중국의 경기부양과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혼조장을 지나 오전 11시가 넘어 상승세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10월과 같은 폭락장과 폭등장이 반복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침착한 투자가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