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신용등급전망하향 vs 중국경기부양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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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포인트]中경기부양 호재가 신용등급하향 악재 눌러

10일 코스피시장은 극명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철강금속과 기계 등 중국관련주는 강세를 유지하는 데 반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사회간접시설(SOC)을 포함한 경기부양에 2010년말까지 4조 위안(약 8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호재'로 중국 관련주는 반색하고 있다. 반면 금융주는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지수인 BIS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급락하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장초반 1163.62(+2.6%)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하락한 뒤 1150선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호재'와 '악재'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대조를 이루며 힘겨루기에 집중하는 장세다.



중국관련주의 반색은 POSCO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POSCO (375,000원 ▼500 -0.13%)는 오전 11시 현재 지난 주말에 비해 9.1% 오른 36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17,960원 ▼750 -4.01%)두산인프라코어 (6,970원 ▼30 -0.43%)도 각각 9.7%와 상한가까지 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도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105,900원 ▲2,500 +2.42%)의 경우 지난 주말에 비해 상한가에 육박한 14.5% 오르면서 강세다.


반면 은행관련주들은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기업은행 (14,240원 ▲150 +1.06%)외환은행 (0원 %)은 5.0% 급락중이다. 우리금융 (11,900원 0.0%)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도 각각 4.5%와 2.3% 하락세를 보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이려던 외환과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장초반 지난 주말에 비해 5.8원 내린 1323원으로 출발한 뒤 1307원까지 하락했지만,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소식 이후 급등세로 반전해 133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채권시장도 오전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1800계약 이상 순매도하는 등 여파로 12월물이 40틱 이상 급락하는 등 혼조세를 겪고 있다.

중국주는 관련 호재로 '잘나가'고, 은행주를 비롯한 그 이외의 종목은 피치의 신용등급 조정 여파로 '못나가'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계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국내증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 보기 좋은 한방을 먹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초반 3.2% 이상 오르고,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각각 5.1%와 3.3% 급등하는 등 아시아주요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이지만 국내 증시만 보합 수준에 머무른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아시아주요증시가 화색이 돌고, 중국 호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의 움직임에 국내증시가 보합세를 보이는 것은 '금융약소국'의 비애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은 과도한 차입과 각종 증권화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며 유동성을 불려 글로벌 위기를 가져온 미국 금융기관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파생금융상품에 좋은 신용등급을 매겨줬다. 미국 자체 내에서도 위기를 조장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도 원죄를 짊어진 그들은 여전히 글로벌시장에서 위상을 과시하는 게 국제경제의 현실이다.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당하면 한국정부가 무슨 방어적 논리를 내세우든 간에 세계 신용시장에서는 부정적 대우를 받을 게 뻔하다.

'내 성적표는 좋은데 점수가 왜 이것밖에 안나오나'고 하소연해봤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을 앞세워 한국을 대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은행 시스템 불안을 원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의 해외 차입도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에 이른다고 하지만 원화가 글로벌 통화로 제 가치를 못하는 실정에서 신용평가사의 입김은 외환시장과 채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탈 코리아'를 부추길 공산이 큰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대우증권이 지적한 것처럼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에 대해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자본버퍼가 그나마 좋고(대손충당적립액/ 고정이하여신비율 189% : 지난 6월말), △미국과 같은 유동화(MBS: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근거로 발행한 증권)도 거의 없고, △제2금융권의 MBS도 미미해 은행과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은행권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 약 50조도 대부분 선순위채이며, 김 부사장은 전체가 다 망가지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실거래가격이 현수준에서 30%정도 더 빠진다 하더라도 평균 40%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서 충격은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은행권의 잠재부실로 지목되는 집값 하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건설사 지원 유동성 회수 압박 등 자기자본건전성을 해칠 요소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해봐도 '은행부도'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물론 증시 및 금융시장에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골이 깊은 변동성 장세에서 하루하루 들여오는 소식에 민감하게 과민반응하는 것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POSCO홀딩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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