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라오바이싱' 현기증

서정아 베이징 통신원 2008.11.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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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서정아의 차이나리포트/멀어지는 샤오캉 꿈

치솟는 물가에 '라오바이싱' 현기증


“물가가 미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껑충 오르는 중국에서는 물가인상으로 못살겠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은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올랐다”며 ‘샤오캉’(小康, 여유로운 중산층)의 꿈은 더 멀어졌다고 한탄한다. 물가인상에 이어 주식은 지난해 고점보다 절반 이상 폭락하고, 대출로 구입한 부동산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경제 불황으로 문을 닫는 중국 내 제조업체가 늘어나면서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젊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물가에 관한 노래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당나라 때 유행한 오언절구(五言絶句) 형식에서부터 현대 발라드풍의 노래까지 다양한 물가 패러디물들이 퍼지면서 라오바이싱(老百姓,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이 노래를 들은 네티즌들은 "좋은 노래지만 너무 슬프다", "전 세계가 다 똑같은 것 아니냐. 좀 참자", "이 노래 듣고 물가가 더 오를까봐 겁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플래시(flash)물로 제작된 '물가인상 광상곡'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돼지고기도 올랐다. 밀가루도 올랐다. 길거리의 만두도 올랐다. 무도 배추도 올랐다. KFC, 맥도날드도 모두 올랐다. 그런데 왜 내 월급은 안 오르는가. 현기증 나 죽겠다. 방값도 올랐다. 그런데 내가 산 주식은 왜 안 오르는가. 컵라면도 올랐다. 내 마음은 정말 아프다."

이 노래는 특히 아리따운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 뒤로 돼지고기며, 밀가루 등의 사진이 하나씩 떠올라 슬픈 가락과 달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오언절구로 이루어진 '물가가’(物價歌)는 옛 시조 형식을 빌어 절제된 표현으로 문학작품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일 야채 시장에 간다. 갈 때마다 놀란다. 가격이 미쳤다. 가격흥정도 안된다. …(중략) 언제 물가가 내릴 것인가. 할 말은 없고, 외로운 등만 있다. 찬바람은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쓴웃음에 잔은 차다.”



네티즌들은 이 ‘물가가’를 보고 현대의 문재(文才)가 탄생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슬픈 멜로디에 저음의 남자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mp3파일로 만들어져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사이트에서 인기다.

"요즘 사회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이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하늘은 파란색이지만 내 마음은 잿빛이다. 요즘 물가는 사람의 마음을 놀라게 하고 떨게 만든다. 나는 그저 만두만 먹을 수 있을 뿐이다. 샤오캉(小康)은 매우 어려워졌다. 얇은 월급봉투를 받고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집값 월세를 내고 수도비, 전기비를 내고 나면 시장에 돼지고기 값은 사람보다 비싸게 느껴진다. 장강의 뒷물결은 앞의 물결을 밀어내고 나는 이 물결을 피할 도리가 없다. 미래는 도대체 얼마나 돼야 오나."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벼락부자가 가장 많았던 1930년대 상하이에서도 물가에 관한 이런저런 노래가 유행했다고 전했다. 당시 노래는 “물가 너는 매일매일 오른다. 매일 변한다. 너의 진짜 모습은 영원히 볼 수 없다. 탐욕스런 관리들과 상인들은 돼지 같은 얼굴을 하며 웃는다. 나는 너를 위해 아이도 판다. 그러나 너는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물가인상과 고관들을 꼬집는 내용이다.

역사적인 올림픽 개최로 곧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황홀했던 여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중국의 많은 라오바이싱들은 이래저래 더 혹한을 견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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