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도' 알면 질병 보인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1.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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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ABC]

한 국내 연구자가 자신의 유전자 지도 해독에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유전자 지도'가 무엇이며 이를 해독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봤다.

사람의 모든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자 지도'는 지난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축이 돼 처음으로 완성했다. 30억쌍에 달하는 인간 염기서열 가운데 28억5000만쌍을 해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데 뛰어들었다. 2007년에는 셀레라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한 서양인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고, 이듬해에는 DNA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탄 제임스 왓슨 박사가 자신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한 개의 완벽한 유전자 지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6회 이상의 반복실험을 거쳐야 하고, 전체 염기의 90% 이상이 해독돼야 한다. 이때 NIH의 데이타가 근거가 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개인별 유전자 차이 등도 함께 해석하게 된다.



이들이 유전자 지도 완성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사람의 유전정보를 질병치료에 응용하기 위해서다. 유전자는 인간 유전정보의 총집합이다. 사람의 성격과 생김새 등을 결정할 뿐 아니라 질병 등 생명현상 전반에 관여한다. 과학자들은 개개인에 따른 유전자 변이가 당뇨병이나 암, 천식 등 수천가지 질병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변이가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일으키는지, 또 질병과 관련이 있는 특정 유전자를 막거나 예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만, 현대 의학은 개인별 유전적 차이와 특정 질병과의 관련성을 파악해 치료나 진단에 일부 응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 대학병원 등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정한 약이 덜 듣는 환자를 가려내거나,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암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치료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유전자 지도가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를 대상으로 질병과 유전자와의 관계가 밝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이 1000명, 중국이 9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지도 해독에 나섰다. 구글의 경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와 함께 10만명의 유전자 지도 해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해독하는 데 고가의 비용이 드는 것도 걸림돌이다. 2002년 NIH가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을 당시 30억 달러가 들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비싸다. 2007년 유전자 지도를 해독한 셀레라는 3억달러가 들었고 올해 초 해독을 마친 제임스 왓슨은 100만 달러가 들었다. 최근은 수십만 달러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 인간 유전자 지도를 해독한 경우는 마크로젠 (20,700원 ▲250 +1.22%) 등에 불과하다. 마크로젠은 서울대의 서정선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김종일 생화학교실 교수와 함께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남성에 대한 유전자 지도 분석에 착수, 96%를 해독했다. 마크로젠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해외 논문 게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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