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업계 신규투자 '올스톱'

김창익 기자, 김보형 기자 2008.11.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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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상승, 원자재가격 하락 이중고...중소업체 도산 위기 내몰려.

-업계 차원 구조조정 전망도

자원개발 업계의 신규투자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의 경우 속속 영업중단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락에 따라 수익성이 불투명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산업계 전반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자금조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가 폭락한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룹사 소속 대형 자원개발 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따라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데다,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신규 사업계획을 전면 유보했다.



광업진흥공사 출신의 자원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면서 최근 자원개발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는A건설사는 건설부문의 자금경색까지 겹치면서 최근 추진 중이던 신규사업을 모두 보류했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6000만달러 규모의 텍사스 소재 생산 유전을 매입하는 방안과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참여를 검토하던 중 환율상승과 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모든 계획을 접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광물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그룹사 소속의 B사는 지난해 광업진흥공사와 45% 지분을 사들인 중국 동(銅) 광산의 기업공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자원개발 담당 임원은 "구리 가격이 급락한데다, 증시상황도 좋지 않아 당초 계획대로 내년 초 상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5년 내 시장 상황을 봐가며 상장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광에 2000억원을 투자한 이 회사는 동광의 상장을 통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기대했었다.

중소업체들은 자금마련이 어려워 기존사업장조차 문을 닫는 위기에 처해 있다.



카자흐스탄 동광산과 라오스 주석 광산 등에 투자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C사. 여의도 한 빌딩의 7, 8층을 사무실로 쓰던 이 회사는 최근 사무실을 8층 한 층으로 줄였다. 한 달 수백만원의 임대료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자원 트레이딩 사업에서 시작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섰던 이 회사는 최근 동ㆍ주석 등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자금을 모집하지 못해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 사업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했던 회장도 회사를 떠나는 등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몽골 소재 몰디브덴 광산을 사들인 D사도 개발자금이 마련되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매입 당시엔 10여개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지만,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7월부터 원자재가격이 급락하자 모두 돌아서 버린 것.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권으로부터의 대출도 안되고, 정부 지원책도 마땅치 않아 팔짱만 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소재 유전을 매입, 지난 9월부터 원유 판매에 들어간 E사는 최근 유가가 60달러대로 내려않자 생산된 원유를 모두 탱크에 저장해 놓고 판매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업체 가운데서는 회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C사의 경우 이미 경영권 이전을 조건으로 지분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D사의 경우엔 국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할 경우 해외에 광산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자원개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자원개발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엔젤투자자는 "작년까지만해도 시가총액 300억원대의 업체들이 현재 100억원 선이면 매입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매입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주가가 반등하기 직전에 대형 업체들이 도산 직전의 업체들을 사들이는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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