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부시發 경제위기'에 무릎 꿇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1.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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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4일(현지시간) 실시된 미 대선에서 29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겨 당선이 확정됐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민주당은 동시에 실시된 상 하 양원 투표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 경제 인식 부족



매케인 후보와 여당 공화당의 패인은 자명하다. 미국 유권자들이 80년래 최악의 경제 위기로 몰고 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제'였다. AP통신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이번 대선 최대 쟁점으로 경제 위기를 꼽았다. 경제에 이목이 집중된 만큼 에너지, 이라크 전쟁, 테러, 의료복지 등 다른 쟁점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오바마 후보의 돌풍은 매케인 후보가 예상 밖의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주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며 잠시 주춤했다. 페일린의 '하키맘' 열풍을 앞세워 매케인 후보는 한때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9월15일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상황이 180도 변했다. 매케인은 당시 한 선거 유세에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미 국민들의 경제 신뢰를 당부했다. 그러나 발언 직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전세계로 확대됐고 결국 매케인 후보는 상황 인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부시 행정부 역시 리먼 사태 이후에도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진력이 결여된 부시 행정부의 모습은 매케인 후보와 공화당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을 한층 짙게 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리먼 사태 이후 TV연설에서 경제 문제와 현 정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유권자들의 변화 희망에 부응하며 착실히 점수를 쌓아나갔다.

선거운동기간 막판 공화당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오바마 지지를 표명한 것도 매케인 후보에겐 뼈아펐다.

사실상 이때 이미 승부가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케인 후보와 공화당은 이후 인기 없는 대통령 부시와의 사이를 벌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공범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 페일린, 약주고 병주고

페일린은 이번 대선을 뜨겁게 달군 또 하나의 화제거리다. 알래스카주의 무명 정치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매케인 후보가 내건 일종의 모험수였다.

매케인 후보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페일린을 앞세워 오바마의 변화론에 맞설 생각이었다. 이는 오바마 후보가 상원 6선으로 대변되는 관록의 정치인 조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 자신의 일천한 정치 경험을 보완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페일린은 등장 초반 여성과 중산층의 열렬한 지지 속에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매케인은 페일린 효과에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페일린 효과는 말 그대로 반짝 효과였다. 페일린은 능력 부족 자질 논란과 갖가지 구설수로 이후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TV토론에 나서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무혐의 결정을 받긴 했지만 부당 인사 개입 등 직권 남용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달에는 명품 의류와 장신구 구입에 선거비용 12만달러를 사용한 것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페일린은 또 2006년 12월 주지사 취임 후 세 딸의 항공요금 2만여달러를 주정부 예산으로 처리하는 등 공공 예산의 사적 유용 비난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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