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라이선스 장사' 이젠 멈춰라

박영암 시장총괄데스크 2008.11.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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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와치]일부 증권사 유동성 공급권 팔아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

ELW '라이선스 장사' 이젠 멈춰라


리먼 브러더스 망령이 아직도 여의도를 맴돌고 있다. 리먼이 지급보증한 ELF에서 원금이 반토막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손실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리먼이 유동성을 공급했던 ELW(주식워런트증권)의 투자자들도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9월중순 리먼 파산직후 130억원대 ELW에서 유동성 공급자가 변경됐다. 리먼의 파산으로 이 회사에 유동성 공급을 맡겼던 하나IB 현대 대신 메리츠 등이 직접 나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리먼 대신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라고 요구한 결과다.



하지만 이들은 유동성 공급자 변경에 당황하는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 리먼이 유동성을 공급할 때보다 오히려 매매환경이 악화됐다는 평을 들었다. 매수호가 간격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해서다. 기초자산 상승을 반영해서 ELW 호가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실현할 기회를 빼앗겼다. 또한 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이 요구했던 매도주문은 제공하지도 않았다. 매도호가 제공 거부를 통해 신규 투자자들의 참여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반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들 증권사들의 태도에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거래소는 매수/매도 주문을 동시에 내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들 증권사들도 할 말이 많다. 리먼의 자산 동결로 헤지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즉 기초자산의 변동성 확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특별한 헤지수단이 없어 매수호가 간격을 최대한 확대해서 손실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리먼 파산은 국내 ELW 업계에 2가지 고민거리를 던졌다. 첫 번째는 ELW 발행사와 유동성공급자를 별개로 둘 것이냐의 문제다. 두번째는 몇몇 증권사들의 ‘라이선스 장사’를 언제까지 묵인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ELW 업계는 현행 유동성 공급방식의 장단점을 놓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안정성과 투자자 보호측면에서 한 회사가 발행과 유동성 공급을 같이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현행처럼 외국계 등 제3자에게도 유동성 공급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먼 미래를 보고 ELW 업계에서 최적의 제도를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투자자들의 거래편의를 제고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발행사와 유동성공급자를 일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ELW 시장이 발전된 홍콩 호주 등에서도 ‘거래상대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발행사로 하여금 유동성공급을 담당케 하고 있다.

발행과 유동성을 한 회사에서 동시에 담당할 경우 ‘발행사 위험’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투자자들도 발행사의 신용위험을 분석한후 ELW에 투자하는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반대사유는 안된다고 본다.



물론 2005년12월 개장후 국내 발행사를 대신해서 유동성을 공급해 온 외국사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유동성을 공급하면 되지 한 회사가 ELW 발행과 유동성 공급을 같이할 이유는 없다고 항변한다.

또한 증시변동성 급증으로 국내사들이 손들고 나간 상황에서도 안정되게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자신들이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현실을 외면할 경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ELW시장은 유동성 부족으로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충분히 일 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국내증권사들이 발행과 유동성 공급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발행과 유동성 공급을 겸하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와 리스크 관리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국내증권사들의 ‘라이선스 장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를 취득한후 ELW 관련 리스크 헤지 경험을 축적하려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단지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외국계 등에 유동성 공급 권리를 팔았다. 실제로 리먼에 유동성 공급을 맡겼던 몇몇 국내증권사는 라이선스 취득후 한번도 독자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라이선스'를 통한 ‘경제적 지대’를 추구할 뿐이다. 법적 진입장벽에 의존해서 소정의 수수료만 추구했다. 이들은 유동성 공급과정에서 입게 될 손실을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하루평균 4700억원 규모로 성장한 ELW시장을 외국계가 독식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극소수 증권사만이 외국계에 맞서 외롭게 분투하고 있다. 이같은 ‘라이선스 장사’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한 회사에서 ELW 발행과 유동성 공급을 동시에 담당케 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이제 리먼의 상혼을 하루속히 여의도에서 지워야 할 때다. 현행 발행사와 유동성 공급자간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라이선스에 의존해서 경제적 지대만을 추구하는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시장과 금융감독당국이 과감히 ‘옐로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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