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美 새 리더십, 증시 승리!!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1.05 08:12
글자크기

외환·채권·상품시장 모두 화답..내친김에 60일선(1360)까지

미 대선 당일의 증시는 바라던 것 이상의 선물을 가져왔다.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3% 올랐고 S&P500 지수는 4% 넘게 급등하며 지난달 13일 이후 다시 1000선을 회복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증시는 4∼5% 급등하며 미증시 상승폭을 능가했다.

증시 지표 뿐만 아니라 외환, 채권시장도 일제히 화답했다.
장중 유로화는 1.30달러를 넘어섰고 엔/달러 환율과 엔/유로 환율도 각각 100엔선과 130엔선을 회복하며 엔강세 우려를 떨쳐냈다. 호주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은 0.81프랑을 넘어서며 상승추세로의 반전을 선언했다.



달러리보금리 하락행진도 이어졌다. 1개월 및 3개월 리보금리가 17일 연속 하락하며 급등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9월15일 레벨조차 하회했다. TED(3개월물 달러리보금리와 미재무성 증권 수익률의 차이) 스프레드도 나흘연속 하락하며 2.24%로 떨어졌다.

미채권 3개월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는 3.5%p선 밑으로 주저앉으며 트리플 톱을 형성했고, 2.48p%까지 치솟으며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도 2.34%p로 급락하며 추세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변동성 지수 급락세는 공포심리가 해소됐음을 확인했다.
VIX(S&P500 변동성지수)는 40%대로 급락하며 지난달 3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VXN(나스닥 변동성지수)도 장중 50%선을 하회했다.

이젠 상품가격 상승이 호재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 우려로 추락을 일삼던 국제유가(WTI)가 11% 급등하며 배럴당 71달러선을 넘어섰고 금값은 온스당 757달러로 4% 상승했다.
구리, 옥수수, 밀 등 비철금속과 곡물가도 이틀 연속 반등했다.
한동안 글로벌 인플레의 표상이었던 상품가격이 경기침체의 전주곡으로 입장을 바꾼 상태기 때문에 이같은 반등은 경기회복의 신호로 읽혀진다.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 실적악화에 주눅 들던 증시에 실적 개선이라는 예상밖의 호재도 속출했다.
세계 2위 신용카드업체인 마스터카드가 12%나 급등한 분기실적을 내놓으면서 금융주 상승을 주도했다. UBS 또한 5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7% 넘게 급등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 모든 곳에서 호재가 난무하게 된 것은 미국 대선일을 맞아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을 바라는 지구촌 모든 이의 소망이 결집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 투표 결과가 나와 예상대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기존의 경제틀을 바꾸고 개혁이 가속화되는 첫 단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드높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바마의 정책공약 핵심포인트를 4가지로 압축했다.
가장 먼저 금융위기로 쇄약해진 미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둘 것임이 자명한데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처럼 정권초기부터 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실물경제로의 파급을 차단시키기 위해 주택소유자 및 저소득층 보호와 각종 금융관련 규제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재정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해 실업방지 및 성장동력 유지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정책은 글로벌 다극체제를 인정하고 미국 내부문제 치유를 우선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기 때문에 부시대통령 때와 달리 강경위주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분쟁지역의 평화화해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정책은 국제유가 안정세를 정착시킬 수 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통해 국내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

재생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확대와 그린일자리 창출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도약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한국의 MB 정책방향과 일치하는데 국내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에 긍정적인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코스피지수 연저점부터 급상승세가 이뤄지는 동안 조선·기계·철강이 선도주자로 부상했고 건설·은행업종이 후발주자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1차 순환매가 이뤄진 상황에서 증시에 추가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우려되는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오바마의 통상정책이 부시의 자유무역 기조에서 다소간 보호무역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IT와 자동차 업종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급락에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도체가격이 살아날 경우 자체 구조조정을 거친 반도체업계의 부활 모멘텀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며, 미국 자동차업체의 위기로 인해 예전 도요타의 미국 시장점유율 확대처럼 현대자동차에게 유리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음을 부인할 이유는 없다.

글로벌 상황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코스피지수도 사흘간 시도에 그쳤던 20일 이평선을 돌파한 뒤 60일 이평선(1360선)까지 내친김에 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1997년말 IMF 당시 PBR이 0.5배 이하이고 PER가 7배 이하였던 종목에 대한 투자를 가정했을 때 1000%가 넘는 천문학적 수익률을 획득할 수 있었던 투자성과를 참조한다면 다시 한번 가치투자의 끈을 잡을 수 있는 시기"라면서 "디레버리지나 구조조정 과정이 남아 있어 여전히 살얼음판이라 할 수 있지만 펀더멘털 대비 가격하락이 커진 종목을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재검토해 가치투자를 시작할만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는 여전히 베어마켓 랠리라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경기하강이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한 마당에 수출과 내수주 모두 부진해질 것이며, 건설과 은행의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까지 상존한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전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손실을 만회한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흘러나올 수 있어 수급 측면의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순환매의 바통이 조선·기계·철강에서 건설·은행으로 넘어갔고 증권·소매업종이 다음 주자로 부상하겠지만 내수경기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봤을 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융쇼크의 중심에 위치한 건설과 은행업종의 부활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아마 내수위축도 불가피할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 탄생이 일시적인 환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게 되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 지난 1년간 역사상 최대폭으로 급락했던 증시 및 경제지표가 최악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