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기, 벤처 2000개 창업으로 극복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경제증권부장(부국장) 2008.11.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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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일자리창출과 미래성장동력 확충이 위기 극복의 길

한국 위기, 벤처 2000개 창업으로 극복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처방전이 제시됐다. 한마디로 돈과 부동산 제한을 풀어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심리와 경기에 훈풍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번 대책을 끝으로 정부의 바램대로 위기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어 ‘위기 유령’을 떨쳐 버질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돈 푸는 규모가 14조원으로 어마어마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 즉 실직과 소득감소 및 부동산값하락으로 어렵게 마련한 내집을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식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나노 우주항공 문화(한류) 등 벤처기업 2000개 창업 프로젝트

이런 점에서 정부가 ‘벤처기업 2000개 창업 프로젝트(가칭)’을 마련해 시행하면 어떨까 한다. 10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바이오 나노 우주항공 문화(한류) 등 미래성장을 주도할 수 있고 한국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다. 자본금 50억원, 임직원 50명 규모로(물론 업종에 따라 자본금과 임직원 수는 유연하게 조정)의 벤처를 세우는 것은 일석오조(一石五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앞날을 준비할 수 있는 미래성장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성공가능성을 10% 정도라고 할 때 2000개를 창업하면 200개는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5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00개의 성공벤처는 한국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에 잃었던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되살릴 수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어 창업하지 못해 사장(死藏)된 예비 기업가들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발휘해 여러 기업을 만듦으로써 가라앉은 산업현장을 생동감있게 바꿀 수 있다.

셋째 실업문제, 특히 청소년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50명씩 2000개의 벤처기업을 만들면 당장 1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 또 벤처기업이 창업돼 돌아가기 시작하면 전후방 관련 기업들이 만들어져 고용기회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청운의 뜻을 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잡지 못해 좌절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성장동력 일자리창출 경험의 축적 등 일석오조 효과

넷째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성공하는 10% 벤처는 성공의 경험을, 실패할지 모르는 90% 벤처는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실패 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에 들어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성공기업의 도약에 기여할 수도 있고, 다른 창업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명언을 남긴 발명왕 에디슨은 “내가 시도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해도 그것은 새로운 전진이기 때문에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실패 경험조차 쌓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한국의 중추가 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벤처기업 2000개가 10조원을 갖고 움직이면 돈이 돌기 시작한다. 돈이 돌면 신용경색이 풀리고, 금융위기가 해소되며, 실물경제 침체도 회복된다. 수익성이 없거나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자금난에 빠진 일부 건설회사나 저축은행 등을 지원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도 있다. 그것에 비하면 ‘벤처기업 2000개 창업 프로젝트’는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벤처기업 프로젝트에는 2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10조원에 이르는 거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벤처 창업을 둘러싼 모럴해저드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부자의 지갑을 풀 수 있는 방법(세제지원 등)을 마련하면 재정부담 없이도 가능하다. 예상되는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면서 효과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대책만 되풀이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적극적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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