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추락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MTN 경제증권부장(부국장) 2008.10.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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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지금 경제 상황을 바라보며 답답해하시는 분들 참 많으실 텐데요.

연이어 쏟아지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좀체 경제가 회복기에 돌아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외부 요인, 즉 미국 경제의 침체를 들 수 있습니다.

구제 금융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미국 경기의 회복 여부가 우리 경제 회복의 중요한 지표가 될 텐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MTN 경제증권부 홍찬선 부국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 리포트 >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증시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경우 검은 월요일, 이라 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만큼 미 증시 출발에 많은 기대가 몰렸지만, 하락으로 마감을 했어요. 미 증시 하락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 전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여서 부동산 값이 하락하고 신용이 경색되고 있다는 점은 기본이고요. 디레버리징, 즉 급속한 차입 감소에 따른 금융기관의 살아남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유력 투자은행은 물론,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도 현금 확보 위해 주식을 앞다퉈 팔면서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 둘째 경기가 나쁘다는 점. 투자 소비 부진으로 내년 성장률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가계 부문이 힘들어질 경우 최소한 5년은 간다는 과거 경험에 따라. 내년부터 향후 몇 년 동안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

- 셋째 공포심리의 확산. 일본이 닛케이 지수가 7100대로 폭락하면서 26년만에 최저치로 추락. 다우지수도 IT버블이 깨지면서 저점을 기록했던 2002년10월 수준, 즉 719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남보다 앞서 팔겠다는 심리 확산으로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

한국의 경우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어제 대폭적 금리 인하가 있었습니다. FRB도 이번 주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0.5%포인트 인하할 것. 1.5%에서 1.0% 낮아짐. 이번 금리인하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음. 일본이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던 것과 비슷한 상황. 다만, 제로금리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이후에 가능성 있음.

만일 금리가 인하될 경우 그간 폭락세를 지속해 온 증시가 안정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봐 지는지요. 금리 인하 시, 증시 안정 가능한가?

-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현재 주가가 금리만으로 방향을 돌릴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많기 때문. 다만 금리인하로 하락폭이 다소 줄어든다든가, 하락속도를 늦추는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음. 한마디로 시간벌기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은 실정. 지금 미국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의 재산을 뮤추얼펀드와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데, 이번 위기로 펀드와 부동산 값이 폭락하면서 돈이 없는 것.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주가 회복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국제 신용 경색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인데요. 그 이유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 우선 이머징마켓에 자금을 공급해줘야 할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살아남아야 할 상황에 몰린 점. 베어스턴스를 비롯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매각되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에도 정부의 구제자금이 들어가는 상황.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 국가들이 외환이 필요하지만 공급원이 말랐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국가 파산이 이어지는 상황.

다른 하나는 부실화될 우려가 있는 파생금융상품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점. 파생금융상품 규모는 600조달러에서 140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일부만 부실화되더라도 엄청나기 때문에 국제적인 대형은행들도 자금 확보를 해야할 상황이라서 국제적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음.

FRB가 금융 구제안의 일환으로 27일부터 행하는 단기 회사채 매입의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정부가 은행의 부도를 막아주고 은행예금을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하지만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아주는데는 한계. 정부 자금이 은행으로 가면, 그 돈이 대출로 나가서 신용창출이 돼야 하는데, 구제금융 자금이 은행에 들어가면 그냥 갖고 있기 때문.

사람들의 생활과 직결된 실물 분야도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소비, 고용, 부동산 등 미국 실물경기 전반 상황은 어떻게 보여지고 있습니까?

- 자금이 유통돼야 실물경제도 활력이 도는 데,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니 투자가 부진, 투자 부진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니 소득도 줄고, 소득 감소와 투자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도 감소하는 상황. 차입으로 버텼던 미국 경제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잇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

특히 이번 주 중에는 많은 실물지표들이 발표되는 만큼 경제 위기의 고비가 될 거란 전망이 강한데요.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 놓고 있나요?

- 월말이라서 제조업지수, 고용지수, 물가 및 수출입통계 등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 하지만 상황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이런 통계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예상. 좋아도 다른 악재에 묻히고, 나쁘면 또 나쁘군 하는 정도의 반응일 것.

다만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수출입통계는 중요. 원달러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인데, 정부 예상대로 10월중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상황은 상당히 안정될 것.

미국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판세는 오바마 후보에게 기울여지고 있는데요. 경제 이슈가 대선 향방의 큰 요소가 될 거란 예측들이 있지 않았습니까.그런 부분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 오바마 후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좋지 않을 전망. 대공황 때 상황이 악화된 것은 보호무역강화와 세금 부담 증가.

미국=중산층 이하 중심 정책으로 부자들 지갑 닫아 소비는 더욱 어려울 전망.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꺼려지지만, 백인들 사이에선 노바마라는 말이 유행. 일부 백인들은 오바마가 당선되면 당분간 미국을 떠나 살겠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소식. 상위층의 소비감소는 미국경제 침체를 장기화시킬 가능성.

한국에는 보호무역강화로 자동차 등 부담. 오바마 후보가 한미FTA를 문제로 삼으면서 자동차문제를 제기.

그렇다면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앞으로 미국 정부가 경제 위기의 어떤 부분에 주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까?

-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20여년 동안 누적된 과잉유동성에 의한 성장 시스템이 교정되는 과정. 과거 20여년 동안 성장률의 2배 이상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가격이 비이성적으로 오른 것이 빠르게 하락하는 과정.
결국 시간이 걸릴 것이고, 고통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

그러나 ‘극복되지 않는 위기는 없다’는 말이 잇음.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남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위기가 끝난 뒤 빠른 상승의 열매를 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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