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손실 27억불, 사상최대 외화유출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1.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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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 기록..올해 53억불, 10월 손실 확대 불가피

이 기사는 11월02일(17: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이 지난 9월 외국인과 파생상품 거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리보금리가 급등하면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과 통화스왑(CRS) 거래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면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을 팔았던 국내 금융회사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국내 금융사들은 결제를 위해 다시 달러 매수에 나서야 했고 이는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통화스왑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한 국내 금융사들은 리보(Libor) 금리 급등에 속절없이 당했다. 원화 고정금리를 받는 대신 리보금리가 변동하는 대로 지급해야 하는 달러 이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같은 NDF나 통화스왑 등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실제 외국으로 빠져 나간 돈이 지난 9월 90억5960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이익이 발생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받은 액수는 62억9520만달러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파생상품 순거래손실로 27억6440만달러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월간 손실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이며 올해 입은 파생상품 거래순손실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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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는 이익이나 손실이 아니라 옵션을 사거나 팔면서 주고받은 대가도 일부 포함돼있다. 그러나 그 규모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 국내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된 금액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외국 금융회사와 거래하면서 발생한 손실이다. 또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자금이 오간 확정손실만을 따진 것이다. 평가손실을 포함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이 입은 손실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올들어 8월만 빼고는 매달 외국 금융회사와 거래에서 손해를 봤다. 그로 인한 외화의 순유출 규모가 1~9월 53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순유입액 55억달러의 대부분을 도로 토해냈다.

파생상품거래 손실은 환율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금융회사에 손실분에 대해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달러 매수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고, 손실을 결제하기 위해 또 달러를 매수하는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환율이 올들어 크게 오른 것이 파생상품 손실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9월 금융위기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연초 930원이었던 환율은 9월말 12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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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은행, 달러/원 환율 9~10월 들어 급등세, 10월30일 1250원선으로 급락)

환율이 오른 만큼 NDF에서 달러 매도 포지션을 쥐고 있던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은 확대됐다. 연초에 NDF 9개월물 계약을 했다면 9월 만기 시점에는 무려 1달러당 270원 가량의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1000만달러(94억원) 계약을 했다면 우리 돈으로 약 27억원의 손해를 봤다. NDF는 만기에 환율 차익만 정산하는 거래이다.

한은 관계자는 "9월들어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NDF 등에서 달러 매도 포지션에 있던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파생금융상품 수지 순유출분 가운데 상당부분이 NDF 관련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경색으로 급등한 리보금리도 국내 금융회사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을 키웠다. 3%초반에서 움직이던 만기 6개월 리보 금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폭등했다. 9월 16일 하루에만 0.23%포인트가 상승해 3.25%로 치솟은 뒤 24일 3.70%, 25일 3.87%, 급기에 30일에는 3.98%까지 상승했다. 리보 6개월물 금리는 10월 들어서는 4.7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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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물 리보금리 추이 : 9월들어 리보금리 급등)

리보금리 상승은 통화스왑 계약의 이자부담 확대로 연결됐다. 국내은행이 외국금융회사에 달러 원금을 주고 원화 원금을 교환하는 거래를 할 경우, 국내은행은 외국 금융회사에 리보 6개월물이나 3개월 이자를 지급한다. 대신 국내은행은 최초 계약 시점의 원화 고정금리를 받는다. 이 때문에 리보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달러 이자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는 구조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스왑 거래에서 리보금리가 오르면서 9월에 이자 교환이 이뤄지는 금융회사들의 달러 이자 지급이 늘었다"며 "분기말 요인까지 겹쳐 국내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손실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은행이 기업과 키코(KIK) 옵션 거래를 하고 외국금융회사와 헤지 거래를 한 것도 손실을 키웠다. 그러나 NDF와 통화스왑 관련 손실에 비하면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문제는 파생상품 손실이 9월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환율과 리보금리가급등락을 지속했기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10월들어 환율은 1467원까지 상승했고. 리보금리(6개월물)도 10월말들어 3%중반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월 중반까지는 4%중반까지 치솟았다.

한은 관계자는 "10월에도 환율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수지가 순유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이 오르면 오를 수록 평가손실이 확대되고 실현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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